당 함유량 '자몽에이슬' 32.4g, '순하리' 17.6g, '좋은데이' 18.7g… "콜라와 비슷""법적 의무 아닌 권고 사항, 업체 자발적 동참 필요"주류업계 "가이드라인 검토 후 적용 여부 판단할 것"
  • 주류 제품. ⓒ정상윤 기자
    ▲ 주류 제품. ⓒ정상윤 기자

    이제 주류 제품에도 당류와 열량 등이 표기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주류업체를 대상으로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오는 4월께 배포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주류는 영양표시 의무대상이 아니며 전세계적으로도 주류 제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 한 나라는 없다"며 "다만 주류 제품의 높은 칼리로와 당류 함유량을 지적하며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단체에서 영양성분을 표기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4월 쯤 주류업체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고 업체의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식품의 영양의무표시 사항은 열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당류, 나트륨,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등 총 9개이다. 주류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에는 제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열량과 당류, 지방, 나트륨 등을 표기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주류 제품에는 영양성분이 표기 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정보를 확인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4월 당류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한 이후 식품업체들은 잇따라 당 저감 활동에 동참하면서 제품 당 줄이기에 나서는 등 이른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주류 제품은 제외 돼 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주류업계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과일맛 소주와 같은 기타 주류에는 대부분 음료수보다 훨씬 높은 열량과 많은 양의 당이 포함돼 있지만 정확한 함유량이 표기 돼 있지 않다.


  • 리큐르 및 기타주류의 당 함량. ⓒ한국소비자원
    ▲ 리큐르 및 기타주류의 당 함량.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이 맥주, 소주, 리큐르, 기타주류 등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병(360ml) 기준으로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은 32.4g,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 17.6g, 무학 '좋은데이 석류' 18.7g의 당류가 각각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몽에이슬'의 경우 100ml당 약 9g의 당이 함유 돼 있는 것으로 이는 코카콜라 당 함유량(10.8g)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은 출시 9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5700만병을 돌파했고 지난해 3월 출시한 탄산주 '이슬톡톡'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도 출시 4개월만에 누적 판매량이 4000만병을 돌파하는 등 달콤한 과실주는 2030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평소 '자몽에이슬'을 즐겨 마시는 30대 직장인 김미나 씨(가명, 여성)는 "술 특유의 알콜 냄새가 나지 않아 과일맛 소주를 즐겨 마신다"며 "달달한 맛에 마시긴 했지만 당 함유량이 그렇게 높은줄 몰랐는데 술이 아니라 설탕물을 마신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 제품에도 당류 함유량을 꼭 표기했으면 좋겠다"면서 "제품에 표기하는게 어렵다면 홈페이지에라도 자세한 정보를 알려 소비자들이 알고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본지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보해양조 등 과일리큐르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에 정확한 당류 함유량 수치를 요청했으나 "당 함량은 제품의 고유 레시피라 공개가 어렵다", "성분 표시 의무가 없어 따로 당류 함유량만 측정해 놓은 수치가 없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은 이같은 실태를 지적하며 지난해 식약처 측에 주류를 당류 저감화 대상에 포함시키고 영양 표시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게 된 것.

    주류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주류 제품에 당류나 열량을 표기하는 제품은 없다"며 "국내 제품에만 영양성분을 표기할 경우, 수출할 때 피해를 볼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의무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해도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이상 주류 업체가 먼저 나서서 이를 표기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초반 주류업체 사이에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주류 업계는 정부의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면 관련 부처와의 검토를 거쳐 제품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