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변수에 유가 급등 우려美 고용 견조하면 달러 강세 재개 가능성한은·금융당국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가동“지정학 리스크 장기화 땐 환율 변동성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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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와 고용, 두 개의 변수가 동시에 환율을 흔들고 있다.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 불안이 커진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가 달러의 다음 방향을 가를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변동성 장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중동 정세 악화는 외환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재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시설을 겨냥한 공습에 나서자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해협이 위협받을 경우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동 충돌이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 70달러 안팎 수준에서 단기간에 70% 이상 뛰는 시나리오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전망의 전제로 제시한 유가 수준(배럴당 64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유가 급등은 원화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교역조건 악화와 경상수지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수출 단가는 2%가량 오르지만, 수출 물량은 오히려 감소해 전체 수출액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며, 물가 안정 기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겹치고 있다.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될 2월 비농업 고용 증가 폭을 6만명, 실업률은 4.3%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올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끈적한 흐름을 보인 점도 달러 강세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달러가 다시 힘을 받을 경우 원·달러 환율은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은 1420원대에서 등락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외환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1430원대 이상을 재차 시험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감지된다. 시장에서는 유가와 미국 고용지표는 원화에 가장 부담이 큰 조합으로 꼽고 있다. 두 변수가 동시에 움직일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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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사태 관련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외환·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점검 중이다. 필요시에는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등 기 마련된 금융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지주들 역시 환율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과 자본 적정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질 경우 기업의 외화 차입 부담과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율이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동반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제학계 한 교수는 "유가 상승은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구조적인 환율 압박 요인"이라며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가 강하게 나오면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도 환율의 상방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유가를 통해 달러 강세를 재점화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추가로 후퇴하면서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