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등 재매각 시 인수 후보자 없어
  • 시멘트업계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향후 재매각이라는 '후폭풍'에 대응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시멘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일시멘트와 LK투자파트너스-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순수 사모펀드의 유입을 막았다.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순수 시멘트업체인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시너지 효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쌍용양회와의 경쟁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놓고보면 이번 한일시멘트의 현대시멘트 인수 시도가 환영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해 시멘트업계는 사모펀드들에 의해 뒤숭숭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인수했다. 글랜우드PE는 한라시멘트 경영권을 획득하면서 비시멘트업체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시멘트 산업은 과잉공급과 경쟁심화와 더불어 애초에 큰 성장 없이 현상 유지가 지속되는 시장이다 보니, 업체들의 주도하에 시장 재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분야다.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총 6200만톤 정도였지만 실제 생산된 물량은 4500만톤 내외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 입장에서는 비시멘트업체들인 사모펀들이 하루 속히 시장에서 수익을 얻고 발을 빼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쌍용양회, 한라시멘트를 재차 인수할 수 있는 것은 자금력을 갖춘 한일시멘트 등 몇몇 뿐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쌍용양회 인수를 노렸던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인수를 시도하면서 희망이 사라졌다.

    한일시멘트는 이미 현대시멘트 인수전에 참여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정확한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6000억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IB)업계에서는 LK투자파트너스와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즉 나머지 3500억원 가량을 한일시멘트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한일시멘트가 국내 시멘트 업체들 가운데 자금력이 가장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현대를 인수한 상황에서 향후 쌍용까지 추가 인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시멘트 산업 내 사모펀드들의 활동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멘트업계는 철도 운임료 인상, 지역자원시설세, 공급과잉, 경쟁 심화 등 각종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라는 처리하지 못하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불안한 행보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과연 순수 시멘트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는 사모펀드 유입을 막고, 시장 재편에 성공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