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출산율 반영한 장래인구추계로 재정전망 재추계 … 최근 약식보고국회, 정부에 상세 전망자료 보고 요청 … 비공개하는 방안도 협의 예정전문가 "재정전망 시 노인 비율 핵심 … 新-舊 장래인구추계 간 큰 차이 없어"높은 기금운용수익률도 변수 … 수익률 1%p 오르면 고갈 시점 5년 늦춰
  • ▲ 국민연금공단. ⓒ뉴데일리DB
    ▲ 국민연금공단. ⓒ뉴데일리DB
    초저출산 현상을 반영해 연금 고갈 시점을 재추계한 정부의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 초안이 나왔지만,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초저출산 현상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기존에 알려진 2055년보다 3~4년 더 앞당겨질 거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다만 전문가는 줄어든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을 반영한 새 장래인구추계를 재정전망에 대입해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앞선 5차 추계에서 제시한 2055년과 차이가 없을 거라는 견해다.

    3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연금특위는 정부로부터 최신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약식으로 보고받았다. 해당 보고는 극소수의 사람만 비공식적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연금 재정을 추계하는 과정에서 '2021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을 활용했으나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서 기존보다 합계출산율 전망치가 더욱 떨어지자 연금특위는 이를 다시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서는 수지 적자와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2041년과 2055년으로 제시됐다. 이때 활용된 장래인구추계는 2021년 기준으로, 오는 2030년 합계출산율 전망치를 0.96명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최근 나온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선 합계출산율 전망치가 0.82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최신 출산율을 반영한 장래인구추계로 국민연금 재정을 장기 분석하면 연금 고갈 시점이 기존 알려진 2055년보다 3~4년 더 앞당겨질 거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가 대략적으로 재추계한 국민연금 재정전망을 최근 소수의 연금특위 관계자에게만 약식 보고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연금특위는 정부에 상세한 장기 재정전망을 마련해 따로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아직 구체적인 보고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소식통은 "(연금특위 내에서) 타협이 되면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력한 시나리오로는 기존에 알려진대로 기금 소진 시점이 3~4년 더 앞당겨지는 1안과 2055년으로 기존과 같은 2안이 있는 가운데 관심은 이를 비공개로 전환하려는 배경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안의 경우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연금개혁안이 결과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고작 2~3년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비난을 살 게 뻔해 이를 비공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연금특위는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재정안정안을 두고 여야는 물론 전문가 사이이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소득보장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는 방안이고, 재정안정안은 보험료율은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소득보장안을 채택하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1년으로 6년 늦춰진다. 재정안정안은 2062년으로 7년 늦춰진다. 보험료 인상률은 비슷하게 오르는데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p) 차이 나면서 공론화위가 꾸린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56.0%가 소득보장안을 선호했다. 그런데 초저출산 상황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3~4년 더 앞당겨지게 되면 연금개혁안으로 소득보장안을 채택해도 기금 고갈 시점은 고작 2~3년 늦춰지고마는 셈이다.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안은 재추계 결과를 공개했을 때 자칫 연금개혁의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초저출산으로 소수의 미래 출생 세대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을 책임지는 상황이 연금 개혁의 목적임을 고려할 때 예상과 다른 역대 최저 출산율의 영향이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퇴색시킬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뉴시스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뉴시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분야에서 첫손에 꼽히는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1안보다는 2안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예측할 때는) 노인 인구 비율이 핵심 요소"라면서 "'2023년 장래인구추계'와 '2021년 장래인구추계' 간 노인 인구 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1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70년 70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39.5%(1486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선 이 비율을 40.7%(1474만명)로 내다봤다. 두 통계 간 고령인구 비율 격차는 1.2%p다.

    김 교수는 "(감소한) 합계출산율이 (연금 재정전망에) 영향을 끼치려면 노인 인구 비율 변동이 커야 하지만, 두 통계 데이터 상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노인 인구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재정추계 결과도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합계출산율의 효과는 40~50년이 지나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노인 인구 사망자가 증가한 것도 연금 재정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수익률도 변수다. 김 교수는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이 13.59%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면서 "기금운용수익률은 연금 재정전망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의 기본 가정치를 연 4.5%로 상정했다. 그러나 1988년 국민연금기금 설치 이후 2023년 말까지 기금 운용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92%로 가정치보다 높다. 운용 누적 수익금은 총 578조원으로, 기금 적립금의 55.8%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기금투자수익률이 가정치보다 1%p 올라가면 오는 2055년으로 예측된 기금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을 지난해 3월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