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건설사·'조급한' 조합… 규모 커지는 정비사업시장하반기 대규모 알짜물량 몰려… "치열한 수주전 예고"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상반기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직전 2년에 비해 29%가량 증가한 가운데 대우건설이 수주전 '왕좌'에 앉았다. 택지지구 지정 중단과 공공택지 공급 축소로 먹거리가 줄어든 건설사 입장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피하기 위한 조합들의 사업추진 가속도가 맞물리면서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시장 전체 규모는 11조5000여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 8조8500여억원과 지난해 상반기 8조8800여억원에 비해 3조원가량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여간 신도시와 같은 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하지 않았던 데다 분양시장 과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또 분양시장 호조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사업장들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조합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시공사를 낙점한 사업지는 모두 48곳으로, 이 중 수도권이 33곳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국 38곳이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이 중 수도권 사업지는 24곳이었다. 수도권 사업지 증가만큼 전체 사업지가 증가한 셈이다.

    1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린 건설사는 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 3개사다. 지난해 상반기 1조원 이상 수주한 3개사(대림산업·포스코건설·서희건설)가 전부 바뀐 것이다.

    대우건설 상반기 수주액은 모두 2조2038억원으로, 2위 현대건설 1조193억원과의 수주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리면서 수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1분기에만 △서울 관악구 신림2구역 재개발 △부산 남구 감만1구역 재개발 △대구 수성구 파동강촌2지구 재건축 △경기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면서 지난해 연간 수주액 1조6733억원을 6개월 만에 넘어섰다.

    승률도 높은 편이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총 7곳(수의계약 2곳) 입찰에 참여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제외하고 모두 시공사로 낙점 받았다.

    2위는 현대건설이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올 들어 △경기 고양시 능곡6구역 도시환경정비 △부산 동래구 사직1-6지구 재건축 △인천 부평구 십정5구역 재개발 △경기 평택시 서정연립 재건축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등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 중 능곡6구역과 십정5구역은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추진된다.

    이어 롯데건설이 1조257억원으로 현대건설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3위에 올랐다. 수주 사업지는 △서울 관악구 신림2구역 재개발 △서울 강남구 대치2구역 재건축 △강원 춘천시 약사3구역 재개발 △부산 부산진구 양정3구역 재개발 △서울 은평구 증산5구역 재개발 △서울 서초구 방배14구역 재건축 등 서울 지역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1·2위를 차지한 대림산업(14곳·3조3848억원)과 GS건설(6곳·2조3973억원) 수주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대림산업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조차 못하고 있으며, GS건설은 지난 3월 4000억원 규모 경기 광명시 12R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이 전부다.

    하반기에도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우량사업지들이 많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다. 이 곳은 한강 조망권에 우수한 학군,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두루 갖춘 입지가 강점이다. 여기에 신축가구 수가 5388가구에 달하고 공사비도 2조원을 웃돌아 대형건설사들이 수주를 벼르고 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 등 정비사업에서 강자로 꼽히는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올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워낙 큰 단지인 만큼 대형사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건설사들만 수주전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구 신반포15차도 유력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업지다. 한 때 조합과 상가 입주민 간의 갈등으로 소송전까지 벌이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데 합의하면서 다시 탄력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며 조만간 시공사 모집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권 사업지들도 분주하다. 강남권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최근 강북 뉴타운의 일반분양 호조가 강북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포구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의 경우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맞대결이 점쳐지면서 달아오르고 있고, 재개발 사업지인 강북구 미아9-2구역 등은 연내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촉진3구역 재개발이 뜨겁다. 대우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이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남양주시 덕소3구역 재개발, 경기 수원시 영통2구역 재건축 역시 대형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업지로 꼽힌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시공사 모집에 나서는 단지들이 더욱 많아지는 데다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공 들여온 사업지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만큼 상반기 이상으로 시장이 뜨거워질 것"이라며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재건축의 경우 대형사들 위주로 수주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