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투자 중 절반이 마케팅 비용오프라인 강점 살려 온라인 도전, 월마트같은 수익성 하락 우려"롯데, 온라인 수익 경쟁력 떨어져… 수익 모델 구축 필요"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아마존 잡기에 나섰다. 오프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 1등 자리에 올랐던 월마트조차 시대의 변화에 두 손을 들고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국내 최대 유통 기업으로 불리는 롯데도 월마트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기업으로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거대한 온라인 시장을 향한 도전장인 동시에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온라인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공표한 롯데가 마주한 과제들과 현재 시장 상황을 짚어봄으로써 롯데의 위기와 기회를 엿본다. <편집자주> 

롯데가 이달 초 향후 5년간 3조원의 통 큰 온라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와는 별개로 온전히 온라인 사업만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국내 1위 자리를 지켜 온 롯데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택한 것은 온라인 사업이었다. 8개 유통 계열사를 한 데 묶는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은 롯데의 선택이 아닌 시장 변화가 불러온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으로 오는 2020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대한민국 최고의 이커머스 회사로 발돋움 하겠다"며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꺼내든 핵심 카드는 '롯데닷컴' 흡수 합병, 오프라인 노하우를 활용한 'O4O' 전략, '이커머스 사업본부' 신설 등이다.

온라인 사업 노하우를 가진 롯데닷컴을 롯데쇼핑 산하로 흡수합병해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O4O 전략은 전국 1
만1000개에 달하는 롯데쇼핑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점포 어디서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픽부터 가상현실 매장 구축, 보이스커머스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가 보유한 강점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온라인 시장에 도전한다는 것이 롯데의 큰 그림으로 보여진다.

  • 월마트 그로서리 픽업. ⓒ월마트 홈페이지 캡처
    ▲ 월마트 그로서리 픽업. ⓒ월마트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글로벌 온라인 유통 강자인 아마존과 온라인 영역에서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전통적인 유통 사업을 펼쳐왔지만 아마존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공격적인 자세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온라인 분야에 막대한 투자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월마트는 수익이 나지 않는 오프라인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직원 100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지난 2016년에는 33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6581억원)를 들여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Flipkart)를 160억 달러(한화 약 17조원)에 인수하는 등 온라인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월마트의 대대적인 변신은 급성장하는 온라인 시장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듯 보였다.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50~60%의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성장세가 23%로 둔화하면서 위기설까지 제기됐다.


    온라인 성장세 둔화와 함께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월마트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사업 확대로 인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월마트는 
    총매출액 1363억 달러(약 147조6129억원)로 전년대비 4.1%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8% 감소한 45억 달러(약 4조8735억원)를 기록했다. 

  •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45% 가량을 차지하는 
    글로벌 온라인 유통 강자로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계산대를 갖춘 편의점 '아마존GO'를 선보이고 유기농 농산물 판매점 '홀푸드'를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해 전통적인 유통 시장을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다.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가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붓고 온라인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아마존과의 경쟁을 힘겨워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온라인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온라인 태생인 아마존의 수익 구조를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도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과 자체 온라인 조직을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을 키워나간다고 밝혔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물론 미국과 한국의 시장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월마트의 사례를 롯데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이커머스 기업과의 수익 경쟁력에 대해서는 롯데도 깊이 고민해봐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롯데의 온라인 사업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롯데는 3조원의 투자금액에 대한 자금 조달은 롯데쇼핑이 1조5000억원, 롯데그룹이 1조5000억원을 각각 투자하게 된다. 통합 시스템 개발에 5000억원, 온라인 통합 물류 시스템 개발에 1조원, 고객 확보 마케팅 활동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일지는 몰라도 온라인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투자 계획만 봐도 마케팅에 절반 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온라인 사업은 마케팅으로만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가 가진 자체적인 유통망과 조직 통합이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롯데의 계획만으로는 향후 5년 내 몸집은 국내 1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익성 하락으로 인한 고민은 월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