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강도에 취약했던 유연성 향상… 나일론 어구보다 평균 1.7배 많이 잡혀유실 폐어구로 인한 2천억원대 수산업 피해·해양 안전저해사고 감소 기대
  • ▲ 보급된 생분해성 참조기자망으로 조업하는 모습.ⓒ해양수산부
    ▲ 보급된 생분해성 참조기자망으로 조업하는 모습.ⓒ해양수산부


    바닷속에 유실된 폐어구로 말미암은 어업피해와 해양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에 해양생물이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인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수산업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가하는 해양 폐기물은 해양 안전저해사고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피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어구가 개발됐다. 하지만 뛰어난 성능에도 아직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어구 보급 확대가 미흡하다. 생분해성 어구의 개발·보급 현황과 앞으로 남은 과제,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註]

    우리 어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물은 나일론으로 만들어진다. 나일론 어망은 1960년대 중반 일본에서 처음 수입됐다. 면사로 만든 기존 그물보다 어획성능이 뛰어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나일론 어구는 자연상태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바다에 유실됐을 때 수산물 피해와 해양생태계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 ▲ 유실된 자망에 의한 유령어업 피해.ⓒ해양수산부
    ▲ 유실된 자망에 의한 유령어업 피해.ⓒ해양수산부


    3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령어업으로 발생하는 수산업 피해규모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유령어업은 유실돼 주인 없는 폐그물, 폐통발에 해양생물이 걸리거나 갇혀 죽는 것을 말한다.

    한 해 동안 수산물 어획량의 10%쯤이 유령어업에 의해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지난해 기준으로 환산하면 10만6000톤에 해당한다. 2014년 톤당 평균 어획물 가격인 357만원으로 계산하면 3787억원에 달한다.

    연근해어업 어구 사용량은 연간 16만톤 이상이다. 이 중 4분의 1인 4만톤 이상이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되는 어구는 15%쯤에 불과한 실정이다.

    폐어구 등 해양폐기물이 증가하면서 이들 쓰레기로 말미암은 해양 안전저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이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부터 받은 해양폐기물 현황 자료를 보면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2005년 1397톤에서 지난해 3432톤으로 10년 새 2.5배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수거된 누적 폐기물 3만3357톤 중 폐어망이 2만5242톤으로 75.7%를 차지했다.

    조업 과정에서 버려진 폐어구 등에서 떨어진 그물 줄 등 침적 쓰레기는 해양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폐어망, 폐밧줄 등이 선박 추진기관에 얽혀서 엔진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양안전심판원이 내놓은 최근 4년간 해양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부유물 등으로 말미암은 해양사고는 총 1012건이다. 이 가운데 폐그물 등이 추진기에 감기어 일어난 안전저해사고가 전체의 67.5%다. 동력전달장치에 문제가 발생한 추진축계 손상 건수 172건보다 4배쯤 많은 수준이다.

  • ▲ 개발된 생분해성 꽃게통발.ⓒ해양수산부
    ▲ 개발된 생분해성 꽃게통발.ⓒ해양수산부


    ◇나일론의 64% 수준이던 유연도 동등하게 향상… 그물 부풀림 현상도 개선

    생분해성 어구는 폐어구로 말미암은 수산업 피해와 해양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개발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4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07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 어구를 개발했다.

    생분해성 어구는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부틸렌 석시네이트(PBS)가 원료다. 이 수지는 물속에서 저분자화되고 저분자 상태에서 각종 미생물과 곰팡이 등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시험 결과 우리나라 바다 조건에서는 고분자 상태에서 저분자화돼 미생물이 침투하기까지 보통 2년쯤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중에서 3년이 지나면 만졌을 때 으스러질 정도로 그물실의 강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져 어구 기능을 잃는다. 5년쯤 지나면 미세한 조각으로 분해된다. 분해 속도는 물의 흐름, 미생물 조건, 일사량 등의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 물 흐름이 빠르고 바닥이 거칠며 수온이 높고 미생물 양이 풍부하면 분해시간은 빨라진다.

    개발 초기의 생분해성 수지는 나일론과 비교했을 때 PBS 수지 특성상 탄성회복도는 우수하지만, 유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그물의 유연도가 떨어지다 보니 나일론 그물보다 어획성능이 낮았다.

    그물실이 뻣뻣하다 보니 그물 매듭을 묶는 과정에서 그물실을 여러 번 꼬면 파마처럼 곱슬 거리는 컬이 생겨 그물을 펴놓으면 차분하게 가라앉지 않고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있었다. 온도에 약해 열처리를 통해 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과 삼성정밀화학㈜ 등이 생분해성 어구 실용화과제를 통해 기존 PBS와 다른 생분해성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부틸렌 아디프텔레프탈레이트(PBAT) 구성 성분을 기반으로 중합된 단일수지(PBSAT 공중합체)를 개발하면서 나일론 어구를 능가하는 생분해성 어구 개발이 가능해졌다.

    PBSAT 공중합체는 기존 PBS 수지가 나일론보다 강도는 90%, 유연도와 투명도는 각각 64%와 60%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강도 95%, 유연도 100%, 투명도 90%, 신축성 120%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유연도와 신축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어획성능 평가에서 오히려 나일론 그물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총 4회에 걸쳐 시험한 결과 PBSAT 공중합체로 만든 생분해성 어구가 나일론 어구보다 적게는 1.30배 많게는 2.01배 어획량이 많았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자망(걸그물)의 경우 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쳐 놓은 그물코에 고기가 걸려 잡히는데 이때 그물실의 유연도가 중요하고 끝까지 물고기를 잡고 있으려면 그물의 탄성회복도가 좋아야 한다"며 "PBSAT 공중합체는 초기 유연도와 탄성회복도가 우수한 재질로 기존 나일론 어구보다 평균 1.7배 어획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초기 유연도 향상과 더불어 스팀을 균일하게 분사하는 열처리 방법 개선으로 그물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개선했다"며 "나일론 어구를 능가하는 생분해성 어구 개발로 어민의 어구 종류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어획성능 만족도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생분해성 어구는 지난해까지 자망, 통발, 문어단지 등 총 21종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