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본격화 교보생명… 후계자 두 아들 지분 0%대증여세 마련은 일단 나중에… 풋옵션 사태 해결 먼저IPO 재추진 사실상 '무리'… 신창재 회장 지분 담보대출 포함 전략 고심중풋옵션가 다음달 중 재산정… 교보생명 '최대한 낮아야' 유리
  • ▲ ⓒ교보생명
    ▲ ⓒ교보생명
    최근 '3세 경영' 행보를 본격화한 교보생명에 악재가 발생했다. 풋옵션 국제중재에서 불리한 판정이 나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좌초된 교보생명의 IPO(기업공개) 불발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회사는 긴급 유동성 확보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20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조원대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두고 신창재 회장의 보유지분(36.7%)을 담보로 투자 유치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제상업회의소(ICC)가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에 대해 FI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ICC 판정에 따라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되사줘야 하는 신 회장은 다음달 중순까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41만원대 지분 되사달라는 FI… 풋옵션가 재산정 관건

    어피티니,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이뤄진 FI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24만5000원으로 책정한 가격이다. 당시 주주 간 계약은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권리를 부여했다.

    교보생명이 IPO 불발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IPO가 좌초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신 회장에게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가격은 주당 40만9912원이다. 총 2조1000억원대의 자금이 소요된다.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풋옵션 행사를 피해 왔다. 그러나 이번 ICC 판정에 따라 풋옵션 의무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졌다.

    교보생명은 "중재판정부가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어피니티가 요구한 40만9912원 대비 대폭 낮은 수준에서 풋옵션 가격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연합뉴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연합뉴스
    ◇신 회장 보유 주식 담보대출·상장 재추진 거론… 투자자와 분쟁 탓 'IPO 무리' 의견

    신 회장은 중재판정이 나오기 전부터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본인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 전이지만 담보 대출만으로는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 지분과 FI 지분을 합쳐 SPC(특수목적법인)에 넘기고 이 법인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60~70%가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마련한 자금으로 어피니티 지분을 사들이고 이후 교보생명 IPO를 통해 구주 일부를 팔아 담보 대출을 갚는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교보생명 IPO 성공을 비롯해 다양한 변수가 예상대로 풀릴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거래소가 기업 안정성을 주요 요소로 보고 있어 교보생명 IPO부터 희망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2021년 한국거래소는 두 번째 IPO 시도에 나선 교보생명의 상장예심을 승인하지 않았다. 주요 사유는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관련 법적 다툼 탓에 핵심 심사 항목인 '경영 안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 신중하 교보생명 신임 상무.ⓒ교보생명
    ▲ 신중하 교보생명 신임 상무.ⓒ교보생명
    ◇두 아들 지분 0%… 6000억대 증여세 마련은 차후에

    최근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씨가 입사 10년 만에 임원(경영전략담당 상무)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체제에 시동을 건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목이 타는 상황이다.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도 2020년 입사해 디지털 강화 업무를 맡고 있다. 문제는 두 아들의 보유 지분이 0%라는 점이다.

    신 회장 보유 지분 가치(1조2000억원)를 감안하면 증여세에만 6000억원대의 재원이 필요하다. 각각 43세, 41세인 두 아들의 지분이 아직 0%인 것은 증여세 실탄 마련 여유도 없는 상황 탓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분쟁부터 마무리 짓는 게 필요하다.

    회사 측은 일단 중재판정이 경영권과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중재판정에도 불구하고 교보생명의 경영권과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주요 재무적 투자자 등이 여전히 신 회장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