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3% 하락…장중 2400선 내줘국고채 금리 일제 상승…3년물 2.629%금융당국, 외환 수급 개선 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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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하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가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선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내려오지 못하면서 증시가 급락했고, 국채 금리는 상승(가격 하락)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451.9원)보다 0.5원 하락한 1451.4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원 내린 1450원으로 출발해 횡보세를 보였다.

    강달러 현상은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2435.93) 대비 31.78%포인트(-1.30%) 내린 2404.15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6.30포인트(-0.26%) 하락한 2429.63으로 개장한 뒤 장중 2389.86까지 떨어지며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 만에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2.35%(16.05%p) 급락한 668.31을 기록했다. 코스닥의 경우 개장 직후 0.43포인트(0.06%) 오른 684.79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포에 가까운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환차손 리스크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다. 전일 양대 시장에서 4501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에도 코스피에서 8182억원어치, 코스닥에서 87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상위 1~5위 종목 모두 약보합 마감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3.91%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SK하이닉스(-3.71%) ▲삼성바이오로직스(-1.98%) ▲현대차(-0.71%) ▲삼성전자(–0.19%)가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4.07%, 3.79% 하락한 데 이어 알테오젠(-3.32%), HLB(-0.85%)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반면 휴젤은 1.63%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2.6bp(1bp=0.01%포인트) 오른 2.629%로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 30년물도 각각 3.9bp, 5.9bp, 3.3bp씩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데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 연준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시사한 영향이다.

    미 연준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4.75%에서 4.25~4.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연준은 이날 새로 내놓은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9월 전망치 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한 ‘네 차례’가 아닌 ‘두 차례’ 정도만 내리겠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우리는 (금리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내렸고 중립 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조정의 ‘폭(extent)’과 ‘시기(timing)’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를 반영하며 전날보다 0.06% 오른 108.22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106대 수준에서 급등한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FOMC 결과에 따른 달러 강세에 따라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점도표 중간값이 상향 조정돼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환율 전망도 높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미국 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러·우 전쟁 당시 고점도 돌파한 현재 환율 레벨이 오버슈팅이라는 판단은 유지하지만.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 전망은 1380원에서 1400원 초반으로 상향했다”며 “내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이 전망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다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매파로 돌변한 연준 여파로 한국은행은 내년 1월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으로 실물경제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들은 전날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환율 상승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으며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며 “비우호적 대외환경으로 수출경쟁력마저 약화한다면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 반등 모멘텀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시장 안정화 조치를 위해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한다. 현재 외국환거래규정상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국내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50%,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250%까지 가능한데, 각각 75%, 375%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번 한도 상향은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9개월 만의 추가 조치다.

    또한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정합성을 높이고 강화한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가정된 위기 상황에서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과부족액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테스트 미통과 시 유동성 확충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해당 조치를 내년 6월 이후로 연기한다.

    외화 대출 규제 측면에선 외국환은행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 대출 제한을 완화한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중소·중견기업 국내 시설자금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정부는 대·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제외) 시설자금 용도 대출을 허용하고 필요 시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 여력을 고려해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으로 제한해 추진할 계획이다.

    외환당국은 이달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한도는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국내기관의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 채권 상장 시 편의를 개선하고 구축된 결제체계를 통해 달러 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 결제도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 “각 과제에 대한 필요 조치사항을 일정에 맞춰 신속히 추진한다”며 “이번 방안의 시행 효과, 국가신인도 및 외환시장 여건 등을 면밀히 봐가며 단계적으로 제도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