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모럴해저드에 방역당국 전시행정 겹쳐검역본부 "분기별 6마리 검사로 개선" 뒷북행정
  • ▲ 구제역 예방방역.ⓒ연합뉴스
    ▲ 구제역 예방방역.ⓒ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축산 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 통계를 엉터리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표본조사에 임하면서 무작위 추출이 아니라 농장주가 멋대로 골라주는 소나 돼지를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의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돼지 등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개체에 항체가 생긴 비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의 방식은 농가에서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에 가깝다.

    검역본부 설명으로는 방역 당국은 소를 사육하는 전체 9만8000여 농가의 10%에 해당하는 9800여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한다. 농가별로 표본 시료 1개를 받아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농장 내 모든 개체에 항체가 생긴 것으로 간주한다. 100마리 중 1마리를 골라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오면 나머지 99마리도 항체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음성이 나오면 추가로 16마리를 검사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백신 성실 접종 여부를 판단해 과태료를 매기거나 도살 처분 이후 보상금 지급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문제는 표본 채취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영국 메리얼사의 백신은 항체 형성률이 80%쯤"이라고 말했다. 1회 접종 때 항체가 생길 확률이 80%쯤이라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수의사 경험에 비춰보면 표본 채혈을 위해 검역관이 농장에 가면 농장주가 대상을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농장주로선 음성이 나오면 과태료를 물게 되므로 가장 정확한(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은) 개체를 지정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소는 채혈을 위해 고정하기가 어렵다 보니 피를 뽑기 좋은 상태의 소가 있으면 표본으로 삼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장주가 검사용으로 몇몇 소에만 백신을 맞히고 나머지는 상품성이나 경제성을 이유로 접종하지 않아도 해당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오는 허점이 있는 셈이다.

    농장주의 도덕적 해이와 방역 당국의 안이한 전시행정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본부장은 "기존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 큰 농장은 조사 개체 수를 늘렸어야 한다"며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회의에서도 표본조사 개체 수를 늘리는 방안이 나왔다. 검사대상을 농가당 6마리로 늘리고 4~7개월마다 접종하기를 권장하는 만큼 분기별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보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