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전자 경영진으로서는 유일하게 비공개 간담회 참석물밑에서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 적극 건의… 업계 ‘환영’
  •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간담회를 마친 후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에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의 숨은 노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지난 6일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와 재계 1위 기업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나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삼성 측은 정부에 바이오산업의 규제 완화를 요청했고, 김동연 부총리는 전향적 해결을 약속하는 등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날 회동은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30분간 반도체 제조 현장 방문, 간담회, 구내식당 오찬 등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실제로 바이오와 관련된 논의가 많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자리에 비(非)전자 경영진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고한승 사장이 물밑에서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를 적극 건의했다고 전해졌다.

    고 사장은 지난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초대 대표이사로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한 이후 삼성에서 바이오 분야 전문가로서 활약 중인 인물이다.

    고 사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삼성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적극 어필했다. 바이오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며, 바이오의약품 원료물질의 수입·통관 효율 개선, 각종 세제 완화, 약가정책 개선 등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중 약가정책 개선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30% 인하돼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 삼성 측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 간 협상으로 결정되는 국내 약가를 해외처럼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약가가 업계 자율로 결정될 경우 국민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약가 개선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사장은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언도 내보였다. 그는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고 사장이 바이오 사업에 대해 적극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이 해당 사업을 중시하는 데 따른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제약 등 4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중 바이오·제약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역점을 두고, 전자와 함께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바이오산업 육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 피력한 일자리 창출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제약업계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제약업계는 최근 10년간 매해 평균 2.7%씩 고용을 늘려왔다.

    고 사장이 해당 간담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어필한 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최고 경제 관료와 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1963년 미국에서 태어난 고 사장의 미국 이름은 ‘크리스토퍼 고’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프라스펙트 하이스쿨(Prospect High School)을 졸업하고, UC버클리대에서 생화학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 사장이 재직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으로 설립한 비상장사다. 지난 6월29일 콜옵션을 행사한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기존 5.4%에서 49.9%까지 늘어나게 된다. 기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 바이오젠이 5.39%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소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