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항소심 선고에 '촉각'

[취재수첩] 신동빈 롯데 회장 빈자리 메우는데 안간힘 쓰는 황각규 부회장

총수 부재 7개월, 다수 해외 프로젝트 ‘올스톱’
황 부회장, 신 회장 석방 호소… 롯데號 재운항 목적

유호승 기자 프로필보기 | 2018-09-1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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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가 어느덧 7개월째다. 그간 롯데는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 및 투자·고용 계획 등이 중단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준비한 사업계획도 올스톱 됐고, 급하게 꾸려진 비상경영위원회는 현상 유지를 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롯데 2인자’로 꼽히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신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총수가 나서야할 여러 행사에 대리 참석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재계 5위 기업의 위상이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황 부회장은 그간 신 회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지난달 항소심 결심공판 때 만나 현재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저 지금 자숙 중입니다’고 답하며 말조심을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롯데의 공식입장과 마찬가지다. 재판부와 검찰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삼갔던 것.

그러나 최근 황 부회장의 스탠스에 변화가 생겼다. 검찰이 신 회장에게 14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해,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 수 있는 위기감이 조성되자 본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항소심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자 총수 부재 장기화 우려가 더욱 커졌다.

황 부회장은 지난 1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난 후 신동빈 회장이 석방돼야 중단된 롯데의 여러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장이 없어 닻만 내리고 하염없이 표류 중인 롯데호(號)가 재운항하기 위해선, 신 회장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부선장’ 황각규 부회장은 이날 동분서주했다. 수많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와 소통했다. 현지 공항들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 사업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선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조코위 대통령에게는 현지에서의 사업협조를 부탁했다.

인도네시아는 롯데에 ‘기회의 땅’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공장 부지도 마련해 단지 설립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모든 것이 답보 상태다. 최종 결정권자의 판단 없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진행할 수 없어서다.

황 부회장은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음달 5일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수개월째 총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선전’해왔지만, 중단된 여러 프로젝트를 재개하기 위해선 신 회장의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롯데에 신동빈 회장은 단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아들인 ‘명목상 총수’가 아니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전문경영인인 황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업무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더 이상 본인 선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황 부회장은 ‘사회 및 경제 규범에 맞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수십년간 신동빈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왔다고 밝혔다. 그가 최근 신 회장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총수부재=사업중단’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 

선고까지 20여일 남았다. 항소심에서 재차 실형이 선고돼, 상고심까지 가면 롯데의 총수 부재는 2~3년 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법원의 판단에 롯데의 향후 운명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판이 모두 종료된 현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든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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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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