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진출 '관문' 후광효과 선점 노려
  • ▲ 남북철도 연결 기대감.ⓒ연합뉴스
    ▲ 남북철도 연결 기대감.ⓒ연합뉴스
    화해 분위기를 타고 남북·대륙철도 연결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발점을 자처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철도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로, 유라시아 철도망 시발역 논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26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날 부산시청에서 해수부와 국토부, 부산시가 '부산항 북항과 부산역 일원 통합개발 기본업무협약'의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세 기관은 지난 4일 부산북항과 부산역 일대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주요 협약내용에는 각 기관이 항만·철도·배후지역 간 상생 발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의 경우 철도사업 시설과 부지를 항만재개발 사업에 포함해 고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철도기본계획 수립은 물론 항만재개발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통합개발 기본계획 수립과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을 지원한다. 부산시는 기본·도시계획과 민원 관련 업무를 맡는다.

    이날 황성규 국토부 철도국장은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시발점이 될 부산역 일원의 교통·물류 기능을 재비치하는 사업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철도시설 재배치사업과 북항사업을 통합 개발해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형 재생사업의 특화모델이 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 국토교통부.ⓒ뉴데일리DB
    ▲ 국토교통부.ⓒ뉴데일리DB
    황 국장 발언 중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부산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시발점으로 지칭한 부분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와 4수 끝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에 가입하면서 어느 때보다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산을 비롯해 철도 물류와 관련 있는 여러 지자체에서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발점을 자처하며 이슈를 선점하려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부산의 경우 오거돈 시장은 부산역을 여객 관문, 부산신항역을 화물물류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일관성 없는 모습으로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5월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역 통합개발 기본구상'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미래 통일 시대를 대비해 서울역을 유라시아 중추 교통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울역 기본구상은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서울역을 지나는 5개 신규 노선이 포함돼 종합적인 개발계획의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는 경부·호남선 고속·일반철도와 경의·중앙선, 서울~천안 광역철도, 지하철 1·4호선, 공항철도 등 7개 기존 노선이 지난다. 여기에 장래 수색~광명 KTX,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일산~삼성)·B노선(송도∼청량리),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5개 신규 노선이 지하에 구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서울역 지하공간에 앞으로 신설되거나 강화될 노선의 배치계획을 세우고, 간선철도와 지하철, 버스를 연계하는 통합환승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상에 상업·유통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특히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통일시대를 대비해 서울역을 경의선·경원선 시발역, 더 나가 유라시아 철도망의 아시아 시발역으로 기능할 수 있게 메가 허브역의 위상과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밑그림을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역이 유라시아철도의 '관문'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황 국장이 부산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시발점으로 언급한 것이다.

    올 들어 국토부가 그리는 유라시아 철도계획의 선행과제인 남북관계 개선과 OSJD 정회원 가입이 이뤄지면서 철도 물류에 관심 있는 지자체들이 대륙철도 관문이라는 위상이 가져다줄 후광효과를 노리고 서로 시발점을 자임하고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길목의 오송역을 품은 충북도도 대륙철도 시발점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충북도는 이미 발표한 '충북미래비전 2040'에서 오송역이 통일시대 유라시아 대륙철도망의 출발지로 기능이 강화될 거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의 경우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역을 대륙철도 시발점으로 키워 중구를 국제 관문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혀왔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1월 출범한 'KTX광명역 교통·물류거점 육성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손잡고 광명역을 유라시아대륙철도 시발역으로 키우기 위한 공조에 나섰다. 광명시는 그동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해 중국 단둥시, 러시아 하산시 등과 업무협약이나 경제우호교류협약을 맺는 등 대륙철도 시발점 선점을 위한 기초를 다져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