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영상 수가 조정으로 2조6000억원 절감…건보 재정 1조원 추가 투입응급실 수용 이후 수술·중환자 치료 보상 강화…야간·휴일 수술 수가 최대 5.5배정은경 장관 "국민 목숨 살리는 첫걸음"…지역·필수의료 구조 전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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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CT·MRI와 혈액검사 등 검사 분야 건강보험 수가를 낮추고 이를 응급·분만·소아·지역의료 보상으로 옮기는 대대적인 수가 개편에 나선다. 검사 중심으로 굳어진 보상체계를 손질해 응급실 수용 이후 수술과 중환자 치료까지 이어지는 '최종치료'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현행 상대가치점수제 기반 수가체계가 도입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개편으로, 일부 과제는 올해 3분기부터 적용하고 본격적인 제도 시행은 오는 12월부터 시작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과보상 논란이 제기된 검사 분야의 수가를 조정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진찰·입원·수술·마취·중환자 치료에 재정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정부는 혈액·소변 검사 등 검체검사와 CT·MRI 등 특수영상검사 수가를 조정해 연간 2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건강보험 재정 1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3조6000억원을 지역·필수의료에 배분하기로 했다.

    의료비용 분석 결과 검체검사는 비용 대비 수익이 190%, CT·MRI 등 특수영상검사는 194%에 달하는 반면 진찰은 70.7%, 입원은 57.3%, 마취는 75.2%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 같은 수가 불균형이 검사 확대와 짧은 진료 관행을 부추기고, 중증·응급 치료 인력이 현장을 떠나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검체검사와 특수영상검사의 비용 대비 보상 수준을 150% 안팎으로 낮춘다. 검사 수가가 낮아지는 만큼 환자가 부담하는 검사비도 일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수가 인하와 함께 검체검사 위·수탁 체계를 27년 만에 손질하고, 영상검사 품질 관리와 재촬영 방지 대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절감 재원은 응급의료의 핵심 취약 지점인 '최종치료'에 집중한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중증 수술·시술 약 1600개 항목의 수가를 20% 올리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야간·휴일 응급 입원한 환자의 수술·처치 보상은 최대 5.5배까지 높인다. 전신마취와 중증수술 동반마취 보상도 50% 인상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건강보험 수가 혁신방안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지역 의료 인력 확충, 의료사고 민형사상 부담 완화,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 뺑뺑이 해법을 단순히 '환자를 받는 문제'로만 보지 않고, 수용 이후 수술실·중환자실·전문 인력까지 연결되는 진료 경로 전체의 보상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응급실이 환자를 받아도 후속 수술과 중환자 치료 여력이 부족하면 실제 치료가 막히는 현실을 수가체계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응급실에서 수용하는 것뿐 아니라 그 후속으로 수술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최종치료 과정이 중요하다"며 "응급환자를 실제로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보상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역의료 보상도 강화된다. 비수도권과 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권, 인천 서북·중부권 등 수도권 의료취약지에는 수술·처치 수가를 추가로 보상하는 '지역 우대수가'가 적용된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의 종합병원·병원·의원에는 진찰료와 입원료 가산도 신설된다.

    분만·소아 분야에는 연간 3000억원이 배정된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 보상을 높이고,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에는 추가 가산을 적용한다. 소아 진찰료 가산 연령은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되며, 소아 중증수술과 소아중환자실 처치 보상도 강화된다.

    기본진료 보상 역시 20년 만에 손질된다.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6%, 재진은 4% 인상하고 병원급 이상 초·재진은 각각 2% 올린다. 일반병실 입원료는 7%, 중환자실 입원료는 10% 인상된다. 정부는 심층진찰과 일차의료 심층상담을 확대해 이른바 '1분 진료'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건보료 인상 우려와 관련해 "검사 수가 자체가 줄어 환자 본인부담도 함께 낮아지는 구조"라며 "수가 개편과 함께 약가 인하, 외래 과다이용 관리, 부정수급 관리 등 지출 효율화 방안도 병행해 보험료 인상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가 인상만으로 지역·필수의료의 인력난과 의료사고 부담, 지역 병원의 경영 악화를 모두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응급·분만·소아 진료는 높은 위험과 강도 탓에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수가 개편과 별개로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지역 인력 확충, 국립대병원 역할 강화가 실제 현장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가 인상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출발점이지만, 응급·분만·소아처럼 고위험 진료를 실제로 담당할 인력이 현장에 남을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사법 리스크와 지역 병원의 인력·경영 문제를 풀지 못하면 수가 인상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수가 개편을 시작으로 상대가치 조정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고, 비용 분석을 토대로 과보상·저보상 영역을 상시 조정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