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ATM 3만3260대, 편의점 제휴 3만3583대로 300대 많아자체 ATM 비대면거래‧비용 증가로 축소, 편의점 제휴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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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은행점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대면거래 증가와 관리 비용부담 등으로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면서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Automatic Teller’s Machine)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6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의 자체 ATM은 3만3260대다.
같은 기간 편의점과 제휴 맺은 ATM은 3만3583대로 자체 ATM보다 323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철수한 ATM은 1430대인 반면 신규로 설치한 ATM은 529대에 불과했다.
은행 관계자는 "ATM이용 건수 등 거래량 미달과 지점 통‧폐합으로 ATM을 철수하고 있다"며 "은행들의 편의점 ATM과의 제휴 확대는 은행 자체적으로 ATM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싸게 먹혀' 묘수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ATM 이용수수료를 은행 ATM과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
같은 기간 현금지급기(CD기)나 ATM과 같은 은행의 무인자동화기기도 대폭 줄었다.
지난 5년간 시중은행 4곳(국민‧신한‧우리‧KEB하나)이 없앤 무인자동화기기의 수는 7451개에 달했다.
ATM은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으로 1대당 연간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되는데 수수료 수익이 점점 줄어들어 효율화 차원에서 철수한 것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ATM은 지난해 말 기준 96만대로 ATM 보급대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3.9%에 불과했다. 2015년 ATM 증가율이 40.9%, 2016년이 6.6%인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었다.
스마트폰이 현금 거래를 대체하기 시작해 일상생활에서 현금사용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가 ATM 감소인 것이다.
때문에 노인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의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이들을 배려한 포용적 금융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은행입장에서 ATM은 고객과의 중요한 접점인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반응이다.
해외에서는 지급결제 다양화와 비대면거래 증가로 ATM사업이 쇠퇴하자 은행들이 다양한 업종과 협업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은 ATM의 상호제휴나 개방을 통한 관리로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자행 ATM 이용 유인 제고, 제2의 창구로서 ATM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일본의 신세이은행은 편의점과 지하철 역사에 ATM을 설치하고 있는 로손과 패밀리마트, 동일본여객철도 3개사와 제휴해 현금인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 이용수수료는 모두 무료화하고, 패밀리마트의 ATM 이용시 통합포인트인 T-포인트가 적립될 수 있도록 했다.
총자산 1위의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편의점 ATM 이용수수료를 유료화하거나 인상했다. 반면 자행 ATM 이용수수료 무료화 시간대를 확장해 고객의 창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의 게이요은행은 개인대상의 국채 판매나 주택대출의 조기상환 예약이 가능한 ATM을 설치하고 있다. 창구업무의 효율화를 통해 고객 상담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다.
오가키공립은행은 재해 발생시 통장과 현금인출카드가 없더라도 정맥 인증기술을 활용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ATM을 운영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업무효율화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점수를 줄이는 대신 ATM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밀한 시장분석과 차별화 전략을 토대로 오버뱅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은행 간 ATM 공동사용은 향후 은행별 이용 고객 수에 따른 수수료수익 배분과 비용분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