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에 블랙먼데이 현실화코스피·코스닥 5%대 급락 마감외국인 2조원대 폭탄 매도세에 '와르르'…환율 치솟아뉴욕·아시아 증시 '패닉'…당분간 충격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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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경기 침체 공포, 이른바 'R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패닉에 빠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7% 급락한 2328.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4.31% 하락한 2359.25로 시작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추락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5.25% 급락한 651.30을 기록했다. 주요국 증시 대비 견조했던 국내 증시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개장 초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5%이상 폭락하자 오전 9시12분 부터 17분까지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해 8월 5일 이후 8개월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세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만 2조91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1873억원 순매도했고, 선물도 1만4898계약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전 종목이 급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17%, SK하이닉스는 9.55%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1.82%) 삼성바이오로직스(-5.71%) 현대차(-6.62%) 등 업종과 무관하게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27.9원 급등한 1462.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33.7원 오른 1467.8에 마감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2일간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패닉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시장에 공포에 질린 영향이다.

    현지시각 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5.97%), 나스닥지수(5.82%) 등이 일제히 6%에 가까운 급락세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팬데믹 확산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 16일(12%) 이후 5년 만에 일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앞서 지난 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는 3.98%, S&P500은 4.84%, 나스닥은 5.97% 각각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이틀간 뉴욕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6000억달러, 한화로는 1경에 가까운 9652조원에 달한다.

    7일 국내 시각 오후 3시50분 기준 S&P500 선물은 -4.94%, 나스닥 선물은 -5.47%를 기록하면서 추가 하락세를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도쿄증시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7.83% 하락 마감했다. 지수는 개장하자마자 8%대까지 떨어지면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9.4% 하락한 2만703.30을 기록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6.2%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가권) 지수는 이날 10% 가까이 밀리면서 8개월 만에 2만선이 붕괴됐다.

    증시가 관세 충격에 크게 흔들리고 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철회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꺾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각) NBC와의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에 대해 "그들은 오랫동안 나쁜 행동을 해왔고, 이는 며칠이나 몇주 안에 협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때때로 이와 같은 단기적인 시장 반응을 얻곤 했다"며 "경기 침체를 가격에 반영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끈기를 갖고 버텨라. 쉽지 않겠지만 종국적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4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로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쉽사리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도 당분간 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전쟁 우려, 외국인 매도세, 신용투자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증시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환경에서 증시가 오르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변화 유무에 따라 투자심리가 달라질 전망"이라면서 "시장은 관세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저점 등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문제가 단기간에 깔끔하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이즈가 발생하면 낙폭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반등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