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방점 무난" vs "쇄신 의지 미약"전임 사장 낙하산 인사 그대로 건재… '전문성' 시비 계속
  • ▲ 철도 안전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 철도 안전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 24일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50대 초반 간부가 약진하고, 경영혁신단(TF)을 사장 직속으로 신설한 게 특징이다. 경영혁신단은 앞으로 △조직 비전 제시 △건전 재정 △노사 상생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진단과 강도 높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두고 철도업계 안팎에선 큰 무리 없이 예상 가능한 선에서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레일 설명처럼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간부가 중임되고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전면에 배치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지적된다. 내부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게 1급인 홍보실장 자리다. 현 H실장은 전임 사장 시절 공모를 통해 뽑혔다. 그는 전시·이벤트 대행·광고 기획·기업홍보 등을 진행했던 이력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했던 오영식 전 사장과 대학 동기동창 출신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다. 코레일은 H실장 선임 당시 "홍보실장 자리는 사장의 복심이어야 한다"며 "적폐가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철도업계에선 오 전 사장이 잇단 철도 안전사고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을 때 H실장도 물러날 거로 예상했다. 코레일 안팎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거셀 때였다. 이후엔 H실장이 신임 사장이 오면 물러날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H실장은 손 사장의 첫 인사 단행에서도 살아남았다.

    불똥은 손 사장한테 튀게 됐다. 코레일 쇄신과 관련해 총대를 메고 부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손 사장은 과거 건설교통부 시절부터 공직에 몸담았지만, 철도 관련 경력은 철도국장을 지낸 1년여 남짓이 전부다. 철도분야 전문가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전문가는 "적어도 한 분야에서 15~20년 이상 일한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며 "심지어 (손 사장은) 국토교통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후 코레일에 가는 것을 꺼렸다는 후문이 돌았다. 전형적인 관료형 낙하산"이라고 전했다.

    홍보실장이 중요한 것은 그 자리가 코레일의 입과 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국민에게 소식을 전해야 하는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으레 홍보실 문을 두드린다.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홍보실장 자리에 있으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다. 손 사장 자신이 철도 전문가가 아닌 데 자신의 눈과 귀, 입 역할을 하는 홍보실장도 철도 문외한이라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오 전 사장이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날씨' 탓을 했다가 이 설화가 결국 불명예 퇴진의 불씨가 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철도업계에선 손 사장 내정 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래도 정치인보다는 철도를 아니까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왔었다. 손 사장은 오 전 사장과 비슷한 사례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급격한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 아닌 손 사장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계약직인 H홍보실장의 계약 기간은 보장할 거라는 견해다.

    하지만 코레일은 손 사장 취임 이후에도 불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고양 차량기지에서 KTX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의 안전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오 전 사장이 취임하며 더 느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코레일의 내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들린다. 이번에 단행된 손 사장의 첫 인사는 그래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없잖다. 이번 인사가 손 사장의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