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3년차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1·2·3차산업 복합 산업인 '6차산업' 비즈니스모델로 안착친환경 숙박시설 '파머스 빌리지'까지 입소문
  •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임소현 기자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임소현 기자
    서울역에서 출발해 장장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서울에서 239km 떨어진 천혜의 자연 속 농어촌 테마공원이다. 이곳은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8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공식 개장한지 3년이 지났다. 상하농원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편, 지역 상생 활동을 전개, '6차 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길을 걷는 중이다.

    지난 27일 오후 도착한 상하농원은 9월말이라는 시기가 무색하도록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모자를 써야만 했지만 상하농원이 안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날씨였다.

    상하농원에 도착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매표소 옆 '파머스마켓'. 상하농원에서 재배한 유기 농산물과 가공품, 고창 지역의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가게다.
  •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입구 파머스 마켓. ⓒ임소현 기자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입구 파머스 마켓. ⓒ임소현 기자
    입구로 들어서자 마치 동화 속 유럽의 한 농원에 들어선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중앙의 넓은 밭에는 배추 3000포기가 줄을 지어 잎을 하늘 위로 펼쳐올렸고, 앙증맞은 애플수박도 곳곳에 자리 잡았다.

    더 뒤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보였다. 마치 하나의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신선한 것은 입구를 등졌을 때 좌측으로는 유럽의 건축양식을 본딴듯한 건물이 서 있었고, 우측으로는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을 적용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은선 매일유업 상하농원 이사는 "상하농원은 설치미술가인 김범 작가가 아트디렉터를 맡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완벽한 자연농원"이라며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건축 자문에 힘을 보탰고, 이 외에도 조경가와 디자이너,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은 소박함과 자연의 건강함을 표현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이고 자연적 방식을 사용하고, 인위적인 인테리어 요소를 줄였다"며 "건물 외관의 컬러, 재질은 물론 창호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농원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하고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어느 각도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탄생했다. 특히 상하농원이 위치한 고창은 국내 최초로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청정한 자연 환경을 지녔다.

    밭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자 '발효 공방'이 먼저 나타났다. 어렸을 때 갔던 외갓집을 그대로 옮겨둔듯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장독대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서자 메주가 걸린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고창의 대두를 사용한 된장을 비롯, 전통 장류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겨울철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햇볕이 잘 들어 건물 내에 전통적 대류방식으로 환기가 되고 장독대가 자연스럽게 위치할 수 있는 곳에 배치했다. 한국적 정서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자연석으로 쌓은 장독대를 만들고 감나무와 대나무를 심었다.
  •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발효공방. ⓒ임소현 기자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발효공방. ⓒ임소현 기자
    이 이사는 "건물의 골조는 전통한옥의 방식을 적용했으며 건물의 내부에 천연형태의 소나무가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로 계획하여 반복적인 유형을 피하고 전통과 집안의 어른들을 의미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며 "재래식 된장을 만드는 작업동선과 전통한옥의 이미지에 맞추어 공간을 계획하고 내외관은 메주의 건조와 숙성에 도움을 주는 황토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일 공방'으로 향했다. 이곳은 지역의 각종 과일들로 잼, 청, 건과, 과채주스 등을 수제 생산하는 시설이다. 집에서 직접 엄마가 해주는 잼처럼 첨가물 없이 오랜시간 끓이고, 저으며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보통 잼, 청 등을 만들 때 낙과를 주로 이용하지만 상하농원에서는 최상급의 과일만을 사용한다"며 "첨가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유통기한이 상당히 짧고 원재료와 생산에 드는 수고를 감안하면 생산량이 너무 적어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집에서 만드는 잼 그대로를 구입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햄 공방'에는 생산 중인 소시지가 걸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HACCP의 위생기준에 따라 농가에서 공급한 냉장돈육을 가공해 햄과 소시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며 제조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천연 양장을 이용하며, 돼지고기 함량이 94%에 달하는 소시지는 상하농원 식음업장의 대표 재료이자 자부심이다.

    이어 '빵 공방'으로 이동하자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언제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빵 냄새였다. 빵 공방에서는 유기농 우유와 방사유정란을 사용하여 빵과 디저트를 생산한다.

    상하농원에서는 맞춤형 체험 교실을 통해 원하는 먹거리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날 진행되는 '밀크빵 만들기' 체험교실에 참여해봤다. 밀가루 반죽부터, 모양을 내고 필링을 채워 잘라 오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내 손으로 해야한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 이날 아이와 함께 밀크빵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김하나(35)씨는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기까지 하다보니 이 빵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아이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고, 아이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시간은 1시간이 소요된다. 이 1시간 동안 '동물 농장'과 '유기농 목장'을 둘러봤다. 더위에 지쳐 그늘 안쪽으로 들어선 양들을 지나쳐 유기농목장에 먼저 들어섰다.

    이곳은 최적의 환경에서 키워진 젖소로부터 순수 유기농우유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저주지가 인접하고 목초가 조성된 구릉지에 둘러싸인 곳에 배치해 젖소들이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되도록 했다. 또한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건축재료를 목재로 사용하고 목재널의 벽체는 직사광선을 차폐하되 통풍이 가능하게 설계했다. 또한 지붕에는 적정량의 자연광을 위해 채광창이 있으며 통풍이 가능하도록 그릴이 설치돼 있다.

    송아지에게 줄 수 있는 우유를 구입했다. 젖병을 물려주자 우유를 빠는 힘이 강해 순간 젖병을 놓칠뻔 했다. 송아지와 눈을 맞추며 우유를 주는 내내 어딘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 ▲ 지난 27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유기농목장에서 송아지 우유 주기 체험을 해봤다. ⓒ임소현 기자
    ▲ 지난 27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유기농목장에서 송아지 우유 주기 체험을 해봤다. ⓒ임소현 기자
    유기농목장에서는 송아지에게 우유를, 동물 농장에서는 당근 등 간식을 줄 수 있도록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동물 농장에서는 간식을 내밀며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있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하농원 동물 농장의 꽃인 '아기 돼지'는 만날 수 없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혹시 모를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격리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하농원은 고창지역의 농민, 어민, 축산민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새로운 식 원료를 발굴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하농원을 찾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교실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의 선순환 구조를 알려주고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win-win 할 수 있도록 돕는 6차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적 케이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6차산업이란 농·축·수산업(1차산업), 제조업(2차산업), 서비스업(3차산업)이 복합된 산업구조로,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농가 소득과 일자리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미한다. 즉, 농산물의 생산부터 가공, 유통, 서비스까지 모든 활동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하농원을 한바퀴 돌아본 후 찾은 곳은 '파머스 빌리지'. 상하농원이 지난해 7월 개관한 자연 속 다목적 호텔이다. 총 3층 높이에 41개의 객실을 보유했다. 외관은 나무 외벽과 크고 작은 자연석 석벽, 곧은 지붕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거추장스러운 장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중시한 건물이었다. 이 곳의 콘셉트는 야생화가 피어나고 자연 초목이 가득한 언덕 위에 곡식, 목초, 농기구 등을 저장하는 헛간이자 화초를 재배하는 온실. 농부가 편안히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때문일까, 파머스 빌리지 건물 안에 들어서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 오는 곳이었지만 마치 몇번 와본 것 처럼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파머스 빌리지 입구. ⓒ임소현 기자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파머스 빌리지 입구. ⓒ임소현 기자
    이곳 객실은 실내 정원이 딸린 2인용 테라스룸부터 아이가 있는 가족이 선호하는 온돌룸, 3~4인 가족을 위한 패밀리룸으로 구성됐다. 단체 여행자를 위해 최대 24명까지 수용 가능한 단체룸도 있다.

    이날 묵은 객실은 '패밀리룸'. 복층 구조로 이뤄져있는 만큼 탁 트인 '논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침대에 누우니 천장 창 밖으로 구름도 보였다. 논과 들 사이에 구름 이불을 덮고 누운 기분이었다. 

    파머스 빌리지 주변으로는 산책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산책로 공사가 전부 완료되면 연꽃이 만발한 저수지와 언덕을 따라 아름다운 산책길이 완성된다.

    이 이사는 "파머스 빌리지는 자연을 느끼고 싶은 가족들이 리조트보다는 더 자연친화적으로, 불편한 시골 숙박 시설보다는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호텔"이라며 "자연 속에서 쾌적한 시설을 누리고,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상하농원"이라고 말했다.

    파머스빌리지와 상하농원은 여전히 변신을 거듭 중이다. 산책로 공사 외에도 노천탕을 구비한 스파와 야외 수영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 이사는 "공사 중인 야외 수영장은 내년 7~8월, 스파는 내년 9~10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이 모든 것들이 갖춰지면 파머스 빌리지에 머무는 투숙객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