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9·코레일 5·교통안전공단 2개 안전 권고… 총체적 부실 '인재(人災)'선로전환기 모터 콘텐서 고장 확인… 뒤바뀐 배선 확인 못한 게 더 커
  •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지난해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는 철도건설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과 운영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감독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총체적인 부실이 부른 인재였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특히 건설·운영 과정에서 몇 차례에 걸쳐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 데도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대충하는 적당주의로 말미암아 사고 발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공단 9 vs 코레일 5… 적당주의 만연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강릉선 KTX 탈선사고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지난 19일 심의·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 발생 주 원인은 강릉선 청량신호소 본선(21B)과 지선 쪽(21A) 선로전환기의 배선(케이블)이 뒤바뀌어 시공됐기 때문이다. 본선쪽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배선이 지선쪽으로 연결돼 있어 엉뚱한 곳을 점검하는 사이 KTX가 서울방향으로 운행을 시작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된 직접적인 시설물 고장은 본선 쪽 선로전환기를 작동시키는 전동모터 속 콘덴서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오류 신호가 정상적으로 뜬 만큼 애초 배선 잘못을 잡아내지 못한 책임이 더 중요한 사고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조사위는 그 밖의 사고 요인으로 △연동검사 미확인 △선로전환기 설계 변경상 오류 △선로전환기 표시회로 분리 시공 후 교육 미시행 △종합시험운행 사전점검 검토 미흡을 꼽았다.

    조사위는 보고서 말미 안전권고에서 철도공단에 연동검사 철저 시행과 설계도면 변경에 따른 감리 철저 등 9가지, 코레일에 유지보수 매뉴얼 개정 등 5가지, 교통안전공단에 종합시험운행 사전점검 철저 등 2가지를 각각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원인 추정 선로전환기.ⓒ뉴시스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원인 추정 선로전환기.ⓒ뉴시스
    ◇"맞은편도 점검해야"… 코레일직원 현장 통화에도 열차는 출발

    조사위가 추가로 밝혀낸 사고 요인 중 눈에 띄는 것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앞으로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질 부분으로, 연동검사를 사실상 생략한 부분이다. 조사위 조사결과 철도공단과 코레일은 강릉선 준공 전 선로전환기 연동검사를 약식으로 대충 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동검사는 시설물의 이상여부를 시험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조사위 설명으로는 철도공단과 감리회사는 지난해 9월17일 강릉선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청량신호소의 선로전환기 연동검사를 약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검사에는 코레일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사위 관계자는 "(나흘 뒤인) 9월21일 차량기지에서 (다시) 연동검사를 하기로 돼있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하지않았다"고 밝혔다. 애초 배선이 뒤바뀌어 시공됐어도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연동검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연동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와 잘잘못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라고 했다.
  • ▲ 지난해 9월 시행한 강릉선 탈선 사고지점 선로전환기 연동검사 도표.ⓒ민경욱 의원실
    ▲ 지난해 9월 시행한 강릉선 탈선 사고지점 선로전환기 연동검사 도표.ⓒ민경욱 의원실
    안전보다 수익을 먼저 고려하는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관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사위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오류 신호로 현장에 출동한 (코레일) 유지보수 담당자가 이상이 없자 본선 쪽도 점검해야 한다고 전화를 걸었다"면서 "코레일은 3분여 추가 점검시간을 줬지만, 통화가 이뤄진 시각은 서울방향 KTX 열차가 출발한 시간과 같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기 시스템은 본선과 지선이 연동돼 있었던 만큼 코레일 관제실에서 열차 운행을 3분쯤 늦추거나 속도를 낮추게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사위 관계자도 "사고가 오전 7시35분쯤 일어났는데, 현장출동 직원이 맞은편 선로전환기도 점검해야 한다고 통화한 시각과 열차가 출발한 시각이 같은 7시30분쯤"이라며 "(간발의 차로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고 부연했다.
  • ▲ 코레일-철도공단 사옥.ⓒ연합뉴스
    ▲ 코레일-철도공단 사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