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억이하 매매건수 1290건 불과집포기 전세로 몰려 전세대란 가능성도전문가 "실제 피해 실수요자볼까 걱정"
  • ▲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올 7월 결혼을 앞둔 A(34)씨는 회사 근처인 서울 여의도에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좌절했다. 혼수와 예물을 줄이고 보금자리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예비신부와 힘을 합쳐 어떻게든 집을 구해보려 했지만 6억원이하 아파트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신혼부부 주택담보대출비율이 70%, 최대 3억원까지 밖에 되지 않아 A씨에겐 6억원이 마지노선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영등포쪽으로 범위를 넓혔지만 신길뉴타운 호재로 이미 보라매까지 집값이 껑충뛴 상황이었다. 어쩔수 없이 부모님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이번엔 '자금조달계획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옥죄고 주택구입 자금출처 조사까지 강화하면서 혼기를 꽉 채운 30대를 중심으로 "집 살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지역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3억원이상'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이상' 또는 '비규제지역 6억원이상'으로 확대, 지난 1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어 3억원이상 주택구입시 의무적으로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뉴데일리경제가 올 1월1일부터 2월29일까지 국토교통부에 거래신고된 서울아파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억원이하 매매건수는 전체 1만2884건중 1290건에 불과했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1만1594건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라는 얘기다.

    특히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매입시 자기조달계획서와 더불어 최대 15종에 달하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 9억원이상 15억원미만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1697건으로 3억원이하 주택거래 건수보다 407건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 2월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현금여력이 없는 2030 사이에선 "사실상 결혼을 포기하라는 얘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2·20부동산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9억원 이하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더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면 주담대 한도는 6억원(10억원×60%)에서 4억8000만원(9억원×50%+1억원×30%)으로 낮아진 셈이다. 다만 내집마련 지원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의 경우 LTV 비율은 70% 유지한다.

  • ▲ 지난 13일부터 전국 6억원이상 주택거래시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 ⓒ 국토교통부
    ▲ 지난 13일부터 전국 6억원이상 주택거래시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 ⓒ 국토교통부

    올 7월 결혼을 앞둔 B씨(34)는 "출산률이 바닥이라면서 먹고 살집은 있어야 결혼을 하던지 애를 낳던지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 친구들은 집 살때 양가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보태줬다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용산구 한남동 H공인중개소 대표는 "서류야 떼 주면 그만이지만 괜히 아들자식 장가보내겠다고 돈 보태줬다가 (자금출처) 조사 들어와 사업장까지 탈탈 털릴까봐 그걸 걱정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거래가 쪼그라들었는데 대출규제네, 자금출처조사네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이렇게 가다간 우리뿐아니라 이사업체, 도배장판, 인테리어까지 줄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둘째를 출산한 직장인 C씨(39)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C씨는 "살던 집이 작아 둘째가 걷기 전에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이젠 신혼부부 담보대출도 안되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있던 집을 팔아도 부족한 돈만 억 단위니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 쓰고 나온 것도 이사문제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대출규제와 자금조달 조사로 거래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부모님이나 친척 도움으로 집을 샀던 예비부부들이 전세로 돌아설 경우 전세대란 조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이번 정책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불법·탈법사례가 보고됐다는 이유로 정상 거래까지 제재를 해야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게 정당한 것인가 제고할 여지가 있다"며 "이러한 대책을 발표하기전에 '지난해 불법·탈법 거래건수가 전체 몇 퍼센트였다' 이런 식의 근거를 먼저 제시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맞벌이가정이 많은데 증빙서류를 떼려면 시간이 녹록치 않을 것이고 대행 에이전트가 등장할 수 있다. 부동산 실수요 측면에선 추가비용이 늘어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자금조달계획과 대출규제는 주택거래 진입장벽을 높여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며 "공급정책이 수반되지 않은 수요억제 정책만으로 전세대란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대안으로 부상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수익성문제와 제한된 규모로 신규주택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과감한 규제완화와 국지적으로 이동하는 투기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