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사고 비용 마무리… 연내 정상 가동TPA 등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 눈길원재료 다각화 통한 원가개선 척척… 기존 NCC LPG 투입 비중 확대도
  •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시현한 롯데케미칼이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침체된 실적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인 대산NCC(나프타분해시설)가 연내 정상 가동될 것으로 점쳐지는데다 업황 침체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3분기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1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145억원에 비해 63.1% 줄어든 수준이지만,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1분기 적자전환, 2분기 90.5% 급감 등 상반기 내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기나긴 침체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1508억원에 비해 6.94% 증가할 전망이다. 하반기 영업이익(2773억원)과 연간 영업이익(2241억원) 모두 지난해에 비해 저조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반기 실적 부진은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함께 지난 3월 폭발사고가 발생한 대산NCC의 가동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사고로 7개 공장이 가동 정지되고 5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와 관련된 일회성 비용은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800억원에 계약불이행에 따른 배상금 200억원가량이 더해졌다. 공장 가동을 못해 발생하는 기회손실뿐만 아니라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효과도 보지 못했다. 다만 피해를 입은 설비는 모두 보험을 들어놓은 만큼 보험사와 합의되면 연간 순이익에는 반영될 전망이다.

    이 설비는 현재 국내에서 수리 중으로, 복구 작업을 통해 연내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측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산공장은 재건을 위한 설비 조립 및 공사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복구 작업은 안전하게 진행돼야 하는 만큼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9~10월 재가동은 여러 변수가 있어 확답하긴 힘들지만, 연내 가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대산NCC 관련 일회성 비용 소멸이, 4분기에는 재가동에 따른 기회손실 축소가 실적에 온기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이 여전한 만큼 극적인 업황 개선은 쉽지 않지만,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하반기에는 기초소재 부문에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서 비용이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소재 부문은 판매량이나 고객선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글로벌 포장용 패키징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반해 역내 정기보수 등으로 인한 공급 축소로 재고는 낮고 글로벌 가동률은 높은 만큼 견조한 업황 흐름이 예상된다.

    또 자동차·타이어업체의 생산 재개에 따른 부타디엔(BD) 반등과 ABS(고부가합성수지), 폴리카보네이트(PC)의 추가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모노에틸렌글린콜(MEG)은 역내 공급 부담이 상존하지만, 폴리에스터 가동률 상승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첨단소재의 경우 ABS 호조에 따른 뚜렷한 개선세가 기대된다.

    특히 한계사업이었던 테레프탈산(TPA)의 경우 PIA(고순도이소프탈산) 설비전환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PTA의 경우 파라자일렌(PX)의 원료로, 주로 화학섬유 및 페트병 재료로 쓰인다. 중국의 PTA 생산과잉으로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신 경쟁력이 높은 도료 등의 원료인 PIA로 대체해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52만t의 PIA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점유율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총 500억원을 투자해 PTA 생산라인을 PIA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PIA로 전환하면서 설비효율성이 개선돼 연간 1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원재료 다각화를 통한 원가개선을 위해 기존 NCC의 LPG 투입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14% 수준의 LPG 투입 비중을 올해는 20%로 증가시키고 순차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2023년에는 31%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LPG·나프타 가격 변동에 따른 올레핀 제품 수익성을 확대하고 수율 조절로 외부 판매 비중이 큰 BD의 판매 최적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락 및 대산NCC 폭발사고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인한 최악의 실적 부진 국면은 2분기를 기점으로 반전될 것"이라며 "개인위생 및 음식 포장용 플라스틱 패키징 수요가 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감소-수요 회복이라는 사이클 산업의 전형적인 바닥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컨콜에서 롯데케미칼 측은 "글로벌 에너지화학기업 사솔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유사 형태의 매물이 나오면 전략과 부합된다고 판단될 때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일본 반도체 소재기업 쇼와덴코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 집적회로를 만들 때 쓰이는 현상액을 생산하는 한덕화학 지분도 인수한 바 있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정성은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M&A시장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큰 손인 셈이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37.2%, 차입금의존도는 17.7%에 불과하며 유동비율은 266%다. 세 지표 모두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개선됐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순수 화학사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앞으로 움직임이 가장 기대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