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車 '드라이브'180도 바뀌는 정책 기조… 파리 협약 복귀충전 논란 해결 vs 다양성·반값
  • ▲ 전기 자동차 충전 시설 ⓒ뉴데일리DB
    ▲ 전기 자동차 충전 시설 ⓒ뉴데일리DB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친환경 산업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경제산업 등 대부분의 정책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비 규제 완화로 전기 자동차 전환에 제동을 걸고,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180도 바뀔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는 차세대 전기차를 내놓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자국이익 중심 기조 속에서 테슬라와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 대선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연설을 하고 “힘이 아닌 모범을 보임으로써 전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신뢰를 회복시켜 위상을 다시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연대 강화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다자무역 체제 복귀 등 대대적인 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은 공언했던 대로 먼저 파리협약에 복귀하고, 친환경 및 재생 에너지 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한 공약을 보면 2050년까지 탄소가스 배출을 없애고 50만개의 전기차 충전 시설 확충, 관용차의 전기차 전환,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제시했다.

    또 4년 동안 청정 에너지에 2조달러(약 2400조원)를 투자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 ▲ 충전 중인 테슬라 ⓒ뉴데일리DB
    ▲ 충전 중인 테슬라 ⓒ뉴데일리DB
    가장 대표적인 수혜 산업은 전기차다. 탄소가스 배출이 없는 데다 훨씬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에 선택 가능한 유일한 정답이 됐다. 이동 수단으로 환경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매우 큰 편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바이든 당선으로 다시 촉발될 본격적인 전기차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 주도권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아이오닉 5’와 ‘CV(프로젝트명)’를 각각 출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된 E-GMP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비밀병기’ 중 하나다.

    E-GMP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 생산에서 탈피해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평평하게 깔고, 배터리 용량을 달리하거나 탈부착도 가능하다. 특히 800V 전압을 갖춰 350㎾급 충전 전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0㎞에 달하고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 등 총 44개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 라인업을 갖춘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보다 ‘앞선 전기차’를 내놓고 후발 주자 핸디캡을 극복,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모델 3 성공에 이어 픽업트럭인 ‘사이버 트럭’과 대형 트럭 ‘세미’, 스포츠카 ‘로드스터’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특히 현지 생산이자 대표 주자의 이점을 등에 업고 판매가 한층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년 이내에 지금의 반값인 배터리를 장착한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 밝힌 청사진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머스크는 2022년부터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판매 가격을 낮추고 시장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전용 플랫폼(MEB)을 활용한 첫 전기차 ID.3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ID.3는 유럽 기준 3만5575유로(약 4700만원)에 살 수 있다.

    폭스바겐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가격을 3만유로(약 3900만원)보다 낮게 책정하기로 했다. 내연기관 차값과 같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 등 2029년까지 최대 75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금액은 총 110억유로(약 14조6100억원), 판매 목표는 2600만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완성차 업체가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며 “바이든의 친환경 기조에 맞추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