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5400억 출자 등 1조 유증 결정'8배 급증' 차입 부담 완화 등 재무건전성 제고증설 가속… 글로벌 수요 적기 대응 및 점유율 확대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1조원의 증자대금이 유입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동시에 에너지소재 부문의 투자재원이 확보됩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 차원의 2차전지 소재 부문 육성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양극재를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 부문의 투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글로벌 수요 대응력 제고와 음극재 및 양극재 시장 선점이 기대됩니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

    포스코케미칼이 대규모 유증을 통해 '날개'를 달 전망이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2차전지 및 소재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선제적 증설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단기간에 늘어난 재무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며 소재 부문은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약 1조원 규모의 보통주 유증을 결의했다. 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할 경우 주관 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신주 배정은 12월9일을 기준으로 이뤄지며 신주상장 예정일은 내년 2월3일이다. 현재 지분 61.3%를 보유한 포스코를 비롯해 포항공대, 우리사주조합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포스코는 보유 지분 100%에 대한 신주 청약을 통해 5403억원을 출자할 예정으로, 증자대금 대부분은 2차전지 소재 설비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우선 이번 증자를 통해 2차전지 소재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케미칼은 대규모 선제 투자로 차입 부담이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2~3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재무부담 확대 폭을 제어하고자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번 유증 역시 이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기존 음극재사업(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양극재사업)간 합병 이후 계열 내 2차전지 소재를 전담하면서 천연흑연 음극재 및 양극재 관련 증설 등 투자자금소요 증가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3분기 말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부채비율은 104%로, 지난해 3분기 말 32.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 기간 부채 규모가 3256억원에서 1조534억원으로 223% 급증했으며 특히 차입금 규모는 965억원에서 8123억원으로 8배 이상 뛰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9.73%에서 80.4%로 증가했다.

    게다가 합병 이후 음극재 및 양극재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양극재 생산능력을 2019년 1만5000t에서 2022년 9만8000t으로, 음극재 생산능력을 2019년 4만t에서 2022년 8만20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음극재의 경우 인조흑연 사업 확장을 위한 M&A도 추후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전체 증자 대금 1조원 중 7000억원가량을 포함해 2020~2022년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음극재 설비투자와 양극재 광양3·4단계 설비 증설, 유럽공장 증설 등 투자가 계획돼 있다. 유럽 투자의 경우 구체화된 건설 규모는 2021년 투자심의 이후 공식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극재 부문은 '선수주 후투자'에서 '적기투자'로 투자기조를 변경,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요 대응력을 높이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선도적인 생산능력 및 시장 지위를 확보해 추후 시장경쟁과 전방업체와의 교섭 지위 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 ▲ 순차입금/EBITDA 추이 및 전망(좌)와 차입금의존도 추이 및 전망. ⓒ한국기업평가
    ▲ 순차입금/EBITDA 추이 및 전망(좌)와 차입금의존도 추이 및 전망. ⓒ한국기업평가
    2023년 이후부터는 유럽 현지공장 신규투자를 통해 해외 증설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총 21만t의 양극재와 17만t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양·음극재 시장 점유율 20%, 총 매출 2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투자자금 규모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외부 차입 조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9년 이후 투자 부담 확대로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한 점과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전망 등을 감안하면 이번 유증을 통해 향후 2차전지 소재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가 상당 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초 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말 포스코케미칼의 부채비율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추정되며 순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수치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이번 증자로 신용등급의 즉각적인 상향 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향후 있을 재무 부담 확대를 완화해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하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재무안정성에 완충력을 더하는 동시에 포스코그룹의 육성 의지가 재확인된 점도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포스코는 신성장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 소재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철강 산업의 업황 부진으로 비철강사업 확대에 대한 그룹 차원의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각국의 친환경차 장려 정책, 전기차 고성능화, 주요 배터리사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성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30만대 수준에서 2030년 2500만대까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 핵심 소재 수요도 양극재의 경우 2019년 37만t에서 2030년 204만t, 음극재도 23만t에서 12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이 주도하는 2차전지 소재를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이번 유증에도 약 54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 소재를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서 그룹 내 전략적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점은 신용도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유증을 기점으로 에너지소재 부문이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연결 기준 1조5000억원 안팎에 머물러있던 매출액이 내년 2조1081억원, 2022년 2조4866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올해 636억원에서 내년 1302억원으로 3년 만에 1000억원대 복귀에 이어 2022년 1696억원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비중이 5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 자금조달을 통한 증설 효과가 2022년 말부터 본격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성장 속도도 2023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빨라질 전망이다. 2023년에는 2차전지 소재에서만 2조6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