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이동 등 역량 전수 나서EUV 포토레지스트 생산 '인프리아' 신규 투자日의 수출 규제 자극, '소재 독립' 방안 다각도 추진
  •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소재나 원재료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역량을 전수하고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새로운 과제가 된 '소재 독립'을 본격 준비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한 2021년 정기 인사를 통해 일부 임원을 그룹 반도체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등에 이동 배치했다.

    우선 SK하이닉스에서 인프라와 생산 안전 등의 분야를 담당했던 이들 중 2명이 승진하며 SK머티리얼즈로 이동했다. SK머티리얼즈에서 이번에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4명 중 박종복 SHE경영실장과 최영상 SK에어가스 프로젝트·기술실장이 SK하이닉스 출신이다.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으로 들어가는 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에도 2명이 차출됐다. SK하이닉스에서 구매담당을 맡았던 오종진 상무와 미래기술연구원 공정담당이었던 피승호 전무가 이동해 반도체 제조 공정 관련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임원을 보낸 계열사들은 모두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 그룹사에 편입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원 사격에 나선 그룹의 반도체 사업 핵심 SK하이닉스도 지난 2012년 SK그룹이 인수한 기업이다.

    SK그룹은 8년 전 옛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서 반도체 제조를 위한 역량강화를 위해 반도체 관련 기업 추가 인수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4년 전인 지난 2016년 OCI 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특수가스 제조사이고 SK실트론은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이듬해인 지난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웨이퍼 회사다.

    SK그룹은 반도체 소재 및 재료 분야 계열사를 인수한지 4~5년차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의 역량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사업의 주축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요 임원들을 파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식하며 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보다 체계를 갖추고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 대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수순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소재 독립'을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들의 일본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한국 산업계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핵심 소재 국산화와 소재 공급처 다양화 등으로 소재 독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고 SK그룹도 다각도로 소재 독립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소재 사업 육성 전략 중 하나가 관련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육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동시에 활용도 높은 소재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부적으론 일본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공급처를 발굴하거나 기술력을 갖춘 벤처나 스타트업에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 미래 공급처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맹렬했던 지난 8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 '인프리아(Inpria)'에 12억 원 규모로 신규 투자에 나서는 등 소재 독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