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종합 ICT' 탈바꿈… '탈(脫)통신' 승부수유료방송 M&A 2차전… 주요 케이블 모두 매물로네이버-카카오의 비상… 코로나19에도 사상 최대 호실적
  • ▲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각 사
    ▲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각 사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국내 IT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축과 소비심리 감소 등으로 대다수 산업군이 사업·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IT업계 또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다만 최신 ICT 기술을 바탕으로 발빠른 대응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수의 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업계 전반에서는 글로벌 CP와의 갈등 등 이슈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일부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지만, 정치권도 관련 법·제도 개선에 발벗고 나서며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이에 본지는 2020년을 뜨겁게 달궜던 IT 10대 뉴스를 조명해 본다.

    ◆이통사 '종합 ICT' 탈바꿈… '탈(脫)통신' 승부수 던졌다

    올해 전 산업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사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체질 변화를 가속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라 주력인 무선사업 매출이 정체된 반면, 비(非)통신 사업의 성과는 날로 높아지면서 이통 3사 모두 종합 ICT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SK텔레콤은 뉴비즈 사업인 미디어, 보안, 커머스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IPTV·초고속인터넷) 사업 매출이, KT는 IPTV, AI·DX 사업 매출이 각각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비통신 사업 확대를 선언해온 이통 3사도 올해에는 관련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내년도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며, AI빅테크·마케팅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기존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과감히 AI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스마트 헬스·보안·교육·광고·콘텐츠 등 산재한 신사업 조직을 하나로 합친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사 주력인 유무선 사업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왔지만, 통신시장이 정체기를 보이는 만큼 신사업 발굴·육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KT 역시 올해 B2B DX(디지털 전환)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그간 네트워크 인프라 우위를 기반으로 B2C 중심의 사업을 진행한데 이어, B2B 시장으로 DX 역량을 확장해 미래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조직개편에서도 AI·DX융합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했으며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에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KT랩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유료방송 M&A 2차전… 주요 케이블 모두 매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통사 중심의 유료방송 M&A(인수합병)가 활발했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구 CJ헬로) 인수와 올 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으로 발발한 유료방송 M&A에는 앞서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에 이어 현대HCN, CMB까지 이름을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 이통 3사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 31.42%,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5.10%, SK텔레콤 계열(SK브로드밴드) 24.47%다. 

    이 가운데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를 결정, 정부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기에 딜라이브 인수 매각 예비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료방송 1위 굳히기에 나선 상태다. KT 유료방송 M&A의 발목을 잡아온 유료방송 합산규제도 일몰된 만큼 추가 인수와 관련한 법적 문제도 없어 '몸집 불리기'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HCN과 딜라이브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KT 계열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41.2%에 이르게 된다.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맞이한 'OTT 전성시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8월 기준 월간 순 이용자 수가 750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한 것. 조만간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라 국내 OTT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라 토종 OTT 업체들도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설립한 '웨이브', CJ ENM과 JTBC가 함께 출범시킨 '티빙' 역시 국내 생산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T '시즌'은 지상파·종편·CJ 계열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모바일에 적합한 숏폼 콘텐츠를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왓챠'는 일본 등 해외 진출에 나섰고, 카카오가 출시한 '카카오TV'도 아이돌·예능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 정영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설명회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영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설명회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의 비상… 코로나19에도 사상 최대 호실적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올 3분기 매출은 1조 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4.2% 늘었다. 라인까지 포함하면 매출은 2조 59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1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8%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출범 이후 첫 분기 매출 2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카카오는 올 3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동시에 넘어서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 커머스 사업 등 유료 콘텐츠 사업의 성장세와 카카오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톡톡한 수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의 고른 성장세는 물론 이커머스 등 신사업까지 빠르게 확장함에 따라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통사-정부 '주파수 재할당' 갈등 간신히 봉합

    정부와 이통 3사 간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주파수 재할당' 갈등도 간신히 봉합됐다. 

    과기정통부는 내년에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3G‧LTE 등 주파수 총 310MHz폭에 대해 재할당 대가를 최종 확정했다. 당초 2022년말까지 5G 기지국을 15만개 이상 구축할 경우, 3조 2000억원까지 재할당 대가를 낮추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이통 3사는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5G 기지국 설치 개수를 15만국에서 12만국으로 현실화시키고 재할당 대가도 3조 1700억원으로 조정했다. 정부는 이번 재할당 대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에도 투자 확대를 도모하는 힌편, 5G 품질 논란까지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통 3사 역시 기존 3G·LTE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5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해 5G 품질을 조기 확보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 최고의 통신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CP 갑질 논란… 넷플릭스법·구글법 주목

    올해에는 국내 IT업계와 넷플릭스, 구글 등 대형 글로벌 CP(콘텐츠 제공 사업자) 간 갈등이 법적 분쟁까지 번지면서 정부와 국회도 관련 법·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정부는 올 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이용료 갈등이 끝내 소송전으로 번진데 이어 넷플릭스를 향한 국내 ISP(인터넷 제공 사업자) 및 CP의 거센 반발에 따라 지난 10일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본격 시행했다. 콘텐츠사업자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적용 대상은 전년도 말 3개월 간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다.

    넷플릭스를 비롯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가 적용 대상이지만 망 사용료 지급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더욱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어 국내 CP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구글의 경우 지난 9월 자사 앱 마켓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강제적 인앱결제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국내 IT업계의 반발을 야기했다. 정치권에서도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거론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왔다. 개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야당이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구글은 신규 앱의 인앱결제 의무 적용 시점을 내년 9월 말로 미룬 상태다.

    과기정통부 예산, 4.9% 늘어나… 방통위는 127억 감액

    내년도 과기정통부 예산은 17조원 규모로 올해(16조 5000억원) 대비 4.9% 늘어났다. 

    2021년도 과기정통부 5대 중점 투자 분야는 ▲디지털 뉴딜 ▲기초·원천 연구개발 ▲3대 신산업 ▲포용사회 실현 ▲감염병·재난안전 등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 뉴딜에 가장 많은 1조 8600억원을 투입, 데이터‧인공지능 일자리를 창출하고 5G 이동통신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 

    반면, 방통위 예산은 올해(2599억원)에 비해 4.8% 줄었다. 방통위는 총 2472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최종 확정됐다. 당초 정부안인 2439억원보다 34억원(1.4%) 늘었지만, 올해 예산에 비해서는 127억원(4.8%) 감소했다.

    전체 예산 중 42%를 콘텐츠 경쟁력 강화(732억원)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314억원)에 사용한다. 이와 함께 민간 자율 팩트체크 활성화 지원 예산으로 17억원을 추가 확보했고, 이른바 'n번방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예산에 포함했다.
  • ▲ 지난달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G-STAR) 2020'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 지난달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G-STAR) 2020'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공인인증서 21년만에 폐지… 민간인증 무한경쟁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폐지되면서 민간 인증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분야에 민간 전자서명을 조기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자로 카카오(카카오인증), KB국민은행(KB스타뱅킹), NHN페이코(페이코), 한국정보인증(삼성PASS), 이통 3사(PASS) 등을 최종 선정했다.

    기존에는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로그인 화면에 공인인증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내년 1월 연말정산부터 공동인증서 외에도 '간편서명' 탭을 선택해 패스·카카오·토스·KB스타뱅킹·NHN페이코 중에서 인증 방식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된다.

    민간 인증이 공공 서비스에 적용되면서 시장 선점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초 출시한 패스 인증서와 카카오 인증의 누적 발급건수는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2000만건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토스도 누적 발급건수 2300만건을 넘었으며, KB스타뱅킹과 NHN페이코 역시 인증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사상 첫 '온택트' 개막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5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16회를 맞이한 지스타는 매년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국내 게임업계 최대 행사로 꼽힌다. 

    다만 올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참가사 모집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면서 관련업계에선 정상적인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예년의 경우 통상 6월부터 참가사들을 대상으로 조기신청 접수가 진행됐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제기되면서 같은 기간 행사 일정 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지스타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온택트(온라인+대면) 방식의 행사를 결정했다. 행사 기간 현장(부산 벡스코·e스포츠 경기장)에서는 e스포츠 대회, 게임 코스프레 어워즈 등을 진행하는 한편, 온라인 라이브 방송 채널 '지스타TV'를 통해서도 모든 프로그램을 생중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조직위에 따르면 행사 기간 지스타TV 시청자 수는 85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라이브 비즈매칭 역시 45개국, 527개사, 655명이 참가해 활발한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됐다. 

    中, 4년 만에 '판호' 발급… 게임 수출길 기대감 급증

    올해 국내 게임업계 가장 큰 화두로 한국산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지목된다. 판호 발급 대상은 컴투스의 대표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 워)'로, 한국산 게임이 판호를 발급 받은 것은 2017년 3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컴투스는 2016년 서머너즈 워 판호를 신청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게임 시장 규모가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등 전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2017년 당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에 따라 한국산 게임의 현지 진출을 일방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 간 정치·경제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게임사 CEO를 비롯 증권사, 협·학회를 중심으로 판호 발급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판호 발급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도 전세계 최대 수출길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현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비롯해 넷마블,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기조를 비롯 판호 문제 해소를 위한 외교적 여건이 미비한 점 등에 비춰 신시장 개척 및 신사업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