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조 규모… TF까지 꾸려금융권 1호 타깃… 플랫폼 기업들도 전전긍긍기업들 "미르·K스포츠와 다를게 뭐냐"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에 대해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에 대해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뉴데일리 DB
    민주당에서 시작된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사회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아이디어성 발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적 발언이 실리면서 법제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익공유제 입법절차에 착수하고 내달 임시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익공유제 법안을 2월 국회에서 꼭 통과시킬 것"이라며 "협력이익공유제라는 제도를 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익공유제의 핵심은 자발성과 실효성 2가지다. 얼마나 자발적으로 목표한 금액을 조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2가지 핵심 요건은 밀접한 상관관계에 놓여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발성을 강조하면 참여가 저조하고 그렇다고 강제성을 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정 역할만으로는 코로나 양극화를 다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돈을 더 버는 기업이 피해 본 대상을 돕는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 전제는 그것을 제도화해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법, 상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숱한 논란에도 처리를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거여 의석을 앞세워 속도를 내고 있다.
  • ▲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19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온라인몰에서 사전 구매한 상품을 수령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19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온라인몰에서 사전 구매한 상품을 수령하고 있다.ⓒ연합뉴스
    5000억~1조 기금 조성, 소상공인·특고 등 선별지원

    여당이 구상 중인 방안은 코로나19 이익기금을 조성하고 여기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많았던 기업들의 출연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기금 규모는 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성된 기금은 소상공인 등 피해가 컸던 계층에 선별지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4분기 추정치)은 35조9500억원으로 전년 27조7700억원보다 8조1800억원 늘었다. 늘어난 8조원의 영업이익 중 일부분을 기금 출연하면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누린 것은 사실 아니냐"며 "일정 부분 사회에 기여공헌도 고려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은 각각 53조6400억원과 58조8800억원 이었다. 2019년 최악의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을 뿐 코로나19 특수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의 손익은 코로나라는 상황 외에 세계 경기, 제품 경쟁력, 마케팅, 트랜드, 업황, 환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며 "코로나로 발생한 기업의 성과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주주 재산권 침해도 우려된다.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이익이 관련 없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피해 계층을 돕는다는 선한 의도라 할지라도 배임 등 형사적 문제로 이어진다. 2012년 A기업은 지자체 산하 리조트가 어려워지자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150억원을 기부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상법위반으로 규정하고 이사진 9명을 해임하도록 했다.

    금융·플래폼·게임 등 업종 가리지 않고 '입 꾹'

    민주당의 행보에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한다지만 법제화 카드까지 내민 이상 강제동원 성격을 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때도 초과이익공유제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자발적 참여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민주당이 사회연대세 등 세금 신설을 부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가장 먼저 겨눈 곳은 금융권이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금융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강력한 관리감독권을 쥔 금융권을 압박해 물꼬를 튼 뒤 다른 업종의 참여도 독려한다는 전략이다.

    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래폼 기업들도 주요 대상이다. 이들 업종은 비대면·배달 문화 확산으로 이익을 얻으면서도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강제동원 가능성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적자가 4조원이 훌쩍 넘는데 배달앱이 성행했다고 기금을 내라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업종이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을 내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허가권을 쥔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면 기업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박근혜 정부의 미르·K스포츠 재단과 다를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