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첫 시행, 적대적 감사위원 선출 우려최대주주 의결권 20% 미만 113곳 금호석화·삼성전자·한진 1차 타깃경영권 방어 총력전, 사외이사群 사전 평판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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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개정된 상법으로 대주주의 권한이 축소한 반면, 2·3대 주주나 소액주주의 입김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는 지배구조를 무너뜨리려는 적대적 세력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3%룰 도입이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고 이를 의결할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그동안은 감사위원 선임에서만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있었지만 이사 선임 단계부터 적용된다. 적대적 세력이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이사 선임 단계에서 배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벌써부터 대주주 지배구조를 공격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는 계열분리를 앞둔 LG그룹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화이트박스가 가진 (주)LG 지분은 0.6%에 불과했지만, 재계는 이를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과거 SK를 공격한 영국계 펀드 소버린이나 삼성을 괴롭힌 미국계 엘리엇과 같은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다. SK는 2003년 당시 경영권을 지켜내는데에 1조원대 자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대주주간 지분 갈등도 이어졌다. 오는 3월 감사위원 4명 중 2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에 맞서 조카 박철완 상무가 독자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선포했다. 새로 선임될 감사위원을 박 상무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조현민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하려는 사모펀드 운용사 HYK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HYK는 지분 9.79%를 가진 2대 주주로 감사위원으로 이사회 진입을 노리고 있다.삼성전자는 개정된 상법에 따라 총수일가 지분율이 21%에서 14.69%로 낮아진다. 고 이건희 회장의 지분까지 감안하면 11.6%만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액주주 의결권이 78%에 달한다. 만약 적대적 세력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경우 경영권 방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를 지낸 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은 "화웨이가 삼성전자 이사가 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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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둔 대기업 소속 계열사는 209개로 외부주주가 5% 지분 이상을 보유한 곳이 147곳에 달했다. 또 이들 회사 중에 오너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20% 미만인 회사는 113곳으로 나타났다. 3%를 적용하면 이들 모두가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는 곳이다.기업들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어떤 사람이 이사회에 진입할지를 모르다보니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판조사를 시작한 기업도 나온다. 명동 한 기업 정보조사 업체는 "3% 도입 이후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검증을 하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부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김지평 김앤장 변호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해지펀드들이나 우리사주조합 등 다양한 소수주주들이 주주권 행사나 주주제안을 활발히 펼칠 것"이라며 "기업들은 사후 분쟁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