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전 사업부 역대급 수익 전망올해 매출액 6조 재진입,영업익 사상 최고치 관측도
  •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코로나19의 역설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도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더뎌지면서 1분기에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연간 매출액은 10년 만에 6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위생·보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NB라텍스를 비롯한 관련 소재들의 호황은 중기적으로 상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에 매출 1조5195억원, 영업이익 3802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매출액은 전년 1분기 1조2254억원에 비해 2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1억원에서 185% 뛸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 수요 회복 및 위생 수요 강세에 따른 주력 제품 시황 호조로 핵심 사업부 전반적으로 증익이 예상된다. 정기보수 등 일회성 요인이 소멸한 것도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타이어 수요 개선으로 합성고무 가격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원재료인 부타디엔(BD)은 신규 설비 및 트러블 설비 재가동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스프레드가 지속 개선될 전망이다.

    비스페놀A(BPA) 역시 다운스트림인 폴리카보네이트(PC), 에폭시 수요가 내구재 수요 강세로 호조를 보이면서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모든 사업부 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주력 제품인 SBR(스티렌부타디엔고무), ABS(고부가 합성수지), BPA 등은 주로 내구제품인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만큼 경기 회복시 가장 높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면서 연간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매출액은 6조702억원, 영업이익은 1조496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4조8095억원보다 2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매출액은 2011년 6조4573억원 이후 10년 만에 '6조 클럽' 재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7421억원의 두 배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2년 합산 영업이익 1조1099억원보다도 더 많은 사상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수혜 품목인 NB라텍스의 호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서 최대 호황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접종 지연, 보건·위생 수요 증가에 따라 신흥국 장갑 수요 급증 및 니트릴 장갑 업체 증설 집중으로 NB라텍스 가격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 대만 난텍스(Nantex), 말레이시아 신토머(Synthomer) 등 주요 플레이어들의 증설 계획에도 올해 들어오는 증설 물량은 20만t에 불과하다"며 "현재 수요는 중국 물량만 하더라도 2021년 수요 증가분만 40만t에 달하기 때문에 적어도 연말까지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NB라텍스 장갑. ⓒ금호석유화학
    ▲ NB라텍스 장갑. ⓒ금호석유화학
    합성수지는 ABS를 중심으로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피앤비화학의 경우 BPA 증설 예정물량은 중국에서 연간 72만t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증설 프로젝트 대부분이 2022년 내 착수가 불가능해 보이면서 중국 엔드유저들의 물량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분기와 4분기 중국 및 아시아의 많은 BPA 플랜트들이 정기보수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방 자동차·타이어 업황 개선 및 최근 4~5년 동안 이어진 SBR·BR(부타디엔고무) 증설 제한으로 범용 합성고무의 마진 개선이 전망된다.

    이와 함께 SAN(스티렌아크릴로니트릴)·EPS(Expandable 폴리스티렌)·PPG(폴리프로필렌글리콜) 등도 자동차, 부엌용품, 가전 분야가 시장을 계속 지지하면서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밖에 국내 2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에폭시수지도 꾸준한 증설 추진, 원재료 통합, 경쟁사 중국 플랜트 사고 영향 및 블레이드향 물량 증가로 최근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2만t의 추가 에폭시수지 증설도 완료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회사 실적도 나아졌다"며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호실적에도 박찬구 회장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의 '숙질(叔姪) 갈등'의 불씨가 지펴지는 모양새다.

    금호그룹은 1984년 창업주 故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장남 故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故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전 회장 순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박 상무는 3대 회장인 故박정구 회장의 장남이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달 박 회장과 지분공동보유 및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하며 박 회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 회장의 보유지분은 6.69%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금을 기존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약 50%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양측은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본격적인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보유한 박 회장 측이 최근 호실적으로 당위성까지 확보한 만큼 비교우위에 있지만, 공격적인 배당 확대에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최고 실적을 노리는 금호석유화학에 '숙질 갈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