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곳 공공기관 인사 절차 중단… 공석·대행 체제 장기화고위관료 인사도 지연… 용산에 발묶인 에이스 관료도 수두룩한덕수 권한대행 등 줄탄핵에 국정 마비·대외신인도 추락 가능성
  • ▲ 정부세종청사 전경. ⓒ정상윤 기자
    ▲ 정부세종청사 전경. ⓒ정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후 발생한 업무 공백으로 연말연초 예정된 고위공무원, 산하기관장 인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에 정책 실행 의지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인사마저 묶여 국정 동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339개 공공기관 중 70곳 이상이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강원랜드 등 최소 30곳의 공공기관에서는 사장이 공석 상태다. 일부 기관에서는 임기를 마친 사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거나 사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도 40여 곳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기관장은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각 기관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후보자를 공모한다. 임추위는 후보자를 몇 배수로 압축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중인 피의자 신분이기에 인사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부 기관의 경우 기관장 공모 절차를 완료하고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위공무원 인사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내부 승진 심사를 마친 3급 이상 공무원은 대통령실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 이후 대통령실에서 매달 열리는 회의에서 논의되지만 현재로서는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고위공무원 인사가 이루어져야 이를 기반으로 하위 직급 인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이 지연되면서 사무관 등 하위 직급 인사도 영향을 받고 있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 또한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서 대통령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과거 청와대에서는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이를 견디면 승진 기회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그러한 기대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인사 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인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상실한 상황에서 후속 인사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기관장 인사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를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줄탄핵을 예고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룰 경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차순위 국무위원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될 경우 국정 운영이 마비될 뿐만 아니라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과 실행이 차질을 빚고, 내수 진작, 환율 안정 등 핵심 경제정책이 지연되거나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정 공백 등으로 인한 경제 불안 요소는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정치 불안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