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LH 땅 투기 사태에 사의 표명… '시한부 장관' 신세김현미, 역대 최장수 여성장관… 24번 부동산 '헛발질'에 경질계투 등판 최정호 후보 중도낙마… 노조 환영에도 '다주택자' 낙인
  • ▲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뉴시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 장관직이 수난의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출범 원년 내각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발 등판한 김현미 장관은 투기꾼을 잡겠다며 24번의 돌직구만 던지다 사실상 강판당했고, 중간계투로 영입한 최정호 후보자는 '다주택자'라는 핸디캡이 화를 불러 불펜에서 몸만 풀다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물러났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변창흠 장관은 '공공 주도 방식'의 승부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직전에 몸담았던 팀의 무더기 '승부조작'이 드러나면서 구단(BH)과 팬(與黨)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방출자 명단에 오른 '시한부 투수' 신세가 됐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오후에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2·4 주택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LH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 중 11명이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있을 때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사태 1차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변 장관 거취 관련 질문을 받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사숙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뜩이나 레임덕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로선 점차 커지는 변 장관 책임론을 외면하기도 어렵고 이미 발표한 2·4 주택공급대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결국 '시한부 장관'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에 대통령한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느냐'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문에 "아직 없다"며 "(사의 표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답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국토부 대변인실도 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 김현미 전 장관.ⓒ연합뉴스
    ▲ 김현미 전 장관.ⓒ연합뉴스
    잇단 부동산정책 실패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흔들리면서 구원 등판했던 변 장관이 취임 석달여 만에 물러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장관 수난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현미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1기 내각 원년멤버로, 역대 최장기 재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4차례나 내놓은 부동산정책이 헛발질에 가까운 효과를 내며 부동산 가격이 솟구치면서 소위 촛불혁명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이랄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조차 김 전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김 전 장관은 각종 구설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25일에는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해 부동산 과잉구매 현상을 부채질한다고 말해 구설에 휘말렸다. 주무장관으로서 주택청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는 눈총을 샀다. 앞선 6월26일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부동산정책 현안을 설명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다 풀어 부동산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해 질타를 받았다. 취임 3주년을 맞는 주무장관이 부동산정책 실패론에 아직도 '전 정부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김 전 장관을 교체하며 경질성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부동산정책 실패로 말미암아 국면 전환용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애초 지난해 4·15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었던 김 전 장관은 국토부 제2차관을 지낸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에게 바통을 넘기고 2019년 여의도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최 후보자가 중도 낙마하면서 총선 출마를 접고 제 지역구까지 내놓는 처지가 됐다.
  • ▲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최정호 전 차관은 한마디로 비운의 후보자다. 최 후보자는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국토부 노조가 설립 이후 최초로 '환영 성명'을 내놓을 정도로 국토부 안팎에서 물망이 높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적폐세력으로 몬 '다주택자'로 찍히면서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자진 사퇴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아파트 3채를 갖고 있는데 모두 투기 관련 지역이다. 국토부 차관까지 지낸 분이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과 정반대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문제가 됐던 분당 아파트의 경우 오래전부터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느껴 장관 후보자가 되기 전에 이미 처분하려고 내놓았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한편 새 국토부 수장은  4·7 재·보궐선거 즈음에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4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2·4 대책에 포함된 도심개발사업 후보지를 선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3월 임시국회에선 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주거환경 정비법 등 공공주도 개발을 위한 관련 법령 처리도 예정돼 있다. 정부는 또한 다음 달 중으로 15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할 방침이다. 인사청문회 준비과정 등을 고려할 때 4월 초순쯤 후임 인사가 날 거라는 견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