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위한 이색 모의투자 공간…한 달 새 2만여명 주식쇼핑 체험내달부터 브랜드 플랫폼 운영…스톡마켓·카운셀링센터 등 5가지 콘셉트"투자, 문화가 되다…공간 제약 뛰어넘어 새로운 고객 경험 지속적 제공"
  • NH투자증권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공략을 위해 선보인 주식 슈퍼마켓 'NH슈퍼스톡마켓'이 흥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 기세를 몰아 증권사 최초 브랜드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29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2층에서 운영 중인 NH슈퍼스톡마켓의 방문객은 이달 29일 오후 6시기준 2만1228명으로 집계됐다. 주말 평균 1133명, 평일에는 424명 꼴로 팝업스토어를 찾은 셈이다.

    NH슈퍼스톡마켓은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아진 MZ세대를 겨냥해 주식투자를 직관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이색적인 모의투자 공간이다. 

    증권사와 팝업스토어라는 이색 조합에 개관 당시부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젊은 층에게 핫플레이스로서 주목받고 있는 더현대에 입점해 있어 방문객이 많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부터 '투자, 문화가 되다'를 슬로건으로 걸고 '제철식당', '문화다방' 등 팝업스토어를 열어왔다. 그간 팝업스토어 운영 시 특정 계층을 공략하지 않았지만 이번 슈퍼 스톡마켓의 타깃층은 분명하다. 더현대 지하 2층은 MZ세대를 겨냥한 공간으로 다양한 편집숍이 모여 있다. 젊은 쇼핑객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NH슈퍼스톡마켓으로 향한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 지주 계열사로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보단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MZ세대가 새로운 투자 세대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혁신적인 실험은 그런 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

    형광빛 노란색과 파란색을 조합한 감각적 인테리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슈퍼마켓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선 물건처럼 전시된 주식 종목을 쇼핑하듯 매수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드머니는 모바일머니 1억원.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하는 뜻의 신조어)' 문화를 즐기는 MZ세대 트렌드까지 디테일하게 담았다.

    개별적인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은 안쪽에 별도로 마련된 화상 상담부스를 이용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젊은층을 공략한 공간이기에 당사 PB 중에서도 MZ세대 직원들이 상담을 진행, 친밀감을 높인다. 이젠 제법 입소문이 나 붐비지 않는 시간대엔 작정하고 1시간 가까이 상담을 받고 가는 방문객들도 있다.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의 모의 체험은 투자에 관심 없던 이들에게조차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노유미 NH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 차장은 "팝업스토어 운영은 브랜드 마케팅이자 투자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서 "백화점 찾은 20~30대 젊은 층들이 주로 많이 참가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30% 정도는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인데, 대부분 슈퍼 스톡마켓 경험을 통해 앞으로 주식투자를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 ◆슈퍼 스톡마켓 흥행, 브랜드플랫폼으로 이어간다

    아쉬운 점은 독특한 경험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 마켓이 단 6주에 걸쳐 한시적으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내달 9일이면 매장 운영이 종료된다.

    이같은 아쉬움을 반영해 NH투자증권은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음 스텝으로,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슈퍼 스톡마켓을 비롯해 브랜드 콘셉트에 맞춘 온라인공간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최초의 브랜드 플랫폼인 셈이다. 

    오는 5월 중 오픈 예정인 브랜드 플랫폼은 공간 개념을 담은 5가지 콘텐츠로 꾸며진다. 기존의 브랜딩 역사를 보여주는 '쇼룸', '슈퍼 스톡마켓'(모의투자 콘텐츠)과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는 '문화살롱', 자신의 주식투자 MBTI 성향을 파악하는 '카운셀링센터', 간단한 투자능력고사 능력을 통해 선물까지 지급되는 '게임랜드' 등이다.

    노 차장은 "오프라인으로 구현된 슈퍼스톡마켓은 지역 등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있다"면서 "이같은 제약을 극복하고, NH투자증권 브랜드 가치 확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중장기적인 플랫폼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어도 옆 테이블 MZ세대들이 주식 종목이나 코인 얘기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만큼 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NH는 지금까지와의 경험과는 다른, 증권사가 고객을 만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야,나두~" 1억원 플렉스 체험기] 

    최근 가장 핫하다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그중 MZ세대를 타깃이라는 지하2층. 한눈에 들어오는 노랑파랑 형광빛 팝업 스토어, 경쾌한 음악이 나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슈퍼 스톡마켓, 이러저러한 곳이 있다는 말이야 들었는지라 '그래, 주식을 파는구나' 싶지만 개념조차 생소한 주식 마트. 백화점에서 옷이나 신발을 사봤지 주식은 장바구니에 담아본 적 없기에 스톡 마켓, 너 좀 낯설다.

    멀찌감치 서서 그 생소함을 넌지시 훔쳐보다가, 바깥까지 흘러나온 노래에 어깨가 들썩일 무렵 입구에서 어슬렁대는 내게 친절한 직원이 인사를 건넨다.

    "체험 한 번 해보세요."

    언제까지 어깨춤만 출 순 없지. 입구 데스크로 안내하는 그 직원이 훈남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경쾌한 분위기에 빨려들어갔을 뿐. 코로나19 시대, 열 체크와 손소독은 필수지. 간단한 방역을 마친 뒤 데스크 직원은 내게 모바일기기를 하나 쥐어주며 사용법을 일러준다. 마스크를 뚫고나온 훈남포스에 친절한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체험은 부딪치며 하는거지!

    두리번 두리번 해보니 쇼핑 카트도 있고, 장바구니도 있고. 화장품 코너처럼 진열장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더니!

    주어진 시드머니는 자그마치 1억원, 그야말로 '플렉스'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설레는 주식 쇼핑을 시작한다. 음료 가득한 냉장고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쇼핑할 땐 목이 마르지~' 하고 냉장고 문을 열면 안된다. 비버리지(beverage) 종목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소품일 뿐.

    롯데칠성, 코카콜라, 스타벅스, 하이트진로. 냉장고 안엔 국내외 대표 음료회사 종목명이 적혀있다. 실시간 주가도 전광판을 통해 안내된다. NFC 마크에 제공받은 모바일기기를 태깅하면 종목이 나의 장바구니에 접수 완료! 그래 배당왕 코카콜라, 100개쯤 사야지. 수량을 체크하고 매수를 누르면 이제 나는 코카콜라의 (가상) 주주가 된다.

    정신없이 코카콜라 왕창 담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안내판. 모의 투자 체험 중 시세 대비 상위 수익률을 기록한 이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정신 차리자! 사이버머니라고 아무렇게나 탕진하면 안된다.

    NH투자증권 팝업스토어니, NH투자증권도 몇주 줍줍~하고. 요새는 IPO가 그렇게 핫하다 하니 'NEW' 코너에는 하이브(빅히트), SK바이오팜 같은 신규 상장 종목들이 들어서 있다. 주가가 좀 떨어졌던데, 나는 스마트한 투자자니까, 저가(?) 매수!

    제일 핫한 모빌리티 코너에 사람들이 가장 많다. 테슬라, LG화학 같은 전기차 종목들이 잔뜩 있다. 너도 나도 플렉스, 정신 없이 찍고 누르기 바쁘다. 남자의 주식 제약·바이오도 빠질 수 없지. 셀트리온도 담고, 모더나도 담아본다. 개별 종목에 자신 없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라던데, 오늘부로 나스닥 추종 ETF QQQ도 나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평일 대낮인데도 꽤 많은 사람이 있다. 대부분은 깔깔대며 경쾌하게 '플렉스' 하는 MZ세대들. 친구들과 더현대에 마실 나온 중년여성 한무리, 중년 부부, 이따금 젊은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투자를 체험하러 스토어에 찾은 계층은 꽤 다양했다. 

    정신 없이 쇼핑을 하고 나니 다리가 아파 대기 쇼파에 잠시 앉아본다. 낯선 문이 눈에 들어온다. 주식 화상 상담실이라고 쓰여 있다. 1억 플렉스를 하기 전 너를 알았더라면, 상품권은 나의 것이었을까?

    똑똑~ 용기내어 문을 열었다가, 낯선 공기에 갑자기 쑥스러워져 슬며시 문을 닫아본다. NH투자증권 PB가 직접 나를 공짜로! 상담해준다는데, 그치만 나는 갑자기 마음이 작아져서 돌아나온다. 초공격적인 나의 투자에 괜히 가슴이 뜨끔했기 때문은 정말 아닐거야. 불쑥 들어간 나를 보며 당혹해하던 화면 속 PB의 표정, 괜시리 미안해지네요. 사과드립니다.

    상담을 하고 나오는 사람을 붙잡고 귓동냥이라고 할까 싶어 물어본다. "혹시 뭐 물어보셨어요?"

    "오늘 여기서 뭐를 사야 수익률 1등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와우! (누구라곤 말은 못하겠는데) 어른들의 걱정보다 MZ세대들은 사실 꽤 스마트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도. 혹시 내 것이었을지 모를 백화점 상품권은 그녀의 것이 되지 싶다.

    경쾌한 음악에 몸도 귀도 슬쩍 피로해질 무렵,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내 손에 주어진 귀여운 쇼퍼백 기념품은 취향 저격. 가상 쇼핑 체험이기에 텅빈 쇼퍼백이지만, 언제 또 주식을 마트에서 사보겠어? 신선한 경험을 가방 가득 채워 나온다.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