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투자 美 보사노바 로보틱스, 투자금 전액 손실처리구광모 회장 힘싣고 있지만… 투자업체 대부분 '적자'로봇사업센터 세우고, 인재 영입 등 내부사업 육성'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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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로봇' 분야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구광모 회장도 취임 이후 힘을 실어주고 있는 로봇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LG전자는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로봇사업에선 잇따라 성과를 내며 주목받는 반면 4~5년 간 집중적으로 했던 지분 투자에선 쓴 맛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 2018년 지분 투자를 진행한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 Nova Robotics)'는 지난해부터 사업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대규모 인력구조 조정과 함께 주요 사업부문 폐쇄에 나섰다.그 결과 LG전자가 투자한 보사노바 로보틱스의 지분 가치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모두 사라졌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이 회사에 300만 달러(약 39억 원)를 투자해 지분 2%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투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다. 보사노바 로보틱스의 지난해 실적 또한 지난해 말 기준 2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LG전자 입장에선 3년 만에 투자금 전액을 날린 보사노바 로보틱스 투자건이 예상 밖의 일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가 투자할 당시만해도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로보틱스 스타트업으로 인정받던 대표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보사노바 로보틱스는 마트나 재고 창고 등에 상품을 스캐닝하는 로봇을 개발해 관련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투자도 대거 유치한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5년 카네멜론대 로봇연구소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인 보사노바 로보틱스는 이후 월마트에 상품 진열 스캐닝 로봇을 공급하게 되며 몸값을 대폭 높였다.LG전자가 보사노바에 투자를 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상업용 로봇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사노바가 지난 2017년 미국 월마트 1000여 매장에 로봇 공급에 성공한 이후 그 가능성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본격적인 지분 투자가 진행됐다.하지만 로봇시장도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월마트는 보사노바 로보틱스의 스캐닝 로봇을 매장에 도입한게 큰 도움은 커녕 걱정거리가 됐다고 표현하며 가동 중이던 500여 대의 로봇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구매가 급속히 확산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사노바는 월마트와 2년 여만에 계약을 종료하고 이후 회사 운영에 결정타를 입었다.보사노바 로보틱스 투자건 외에도 LG전자가 로봇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 4~5년 간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회사들도 아직은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투자에 나선 '엔젤로보틱스'와 '로보티즈'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태고 이듬해 투자한 '아크릴' 도 사정은 비슷하다.LG전자가 880억 원 가량을 투입해 자회사로 편입한 로봇회사 '로보스타'도 지난해 기준 1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아직은 실적 측면으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LG전자 로봇사업과 연계해 기술 개발이나 제품 연구 과정에서 시너지를 내는데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다.반대로 LG전자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봇사업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며 영역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대조적이다. 'LG 클로이(LG CLOi)'라는 로봇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로 셰프봇, 서브봇, 배송봇, 안내봇 등의 다양한 업무가 가능한 로봇 제품을 내놨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방역로봇까지 선보이며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구광모 회장이 로봇사업을 미래 역점사업으로 보고 있는만큼 이를 최전선에서 추진하고 있는 LG전자 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관련 조직을 갖추고 전열을 정비해 수익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센터를 BS(Business Solution)사업부문으로 배치하고 연구소를 신설했다. 더불어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이노베이션' 조직에 로봇 세계 권위자를 영입하고 로봇 석학들과 공동연구 등을 진행하며 중장기적으로 로봇 분야 진출 방향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