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강경 일변도 탈피 기대 vs 금감원 정체성과 배치원승연, 강경기조 유지‧감사원 감사 '사모펀드 책임' 관건금감원 노조 "조직 책임지는 정무 감각 뛰어난 원장 원해"
  • ▲ 금감원장 유력 후보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좌)와 이상복 서강대 교수ⓒ뉴시스
    ▲ 금감원장 유력 후보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좌)와 이상복 서강대 교수ⓒ뉴시스
    금융감독원장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최종 후보로 떠오른 학계 출신 원승연 명지대 경영대학교수와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교수의 이력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원승연‧이상복 교수를 금감원장 최종 후보로 삼고, 이들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1962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사와 고려대 법학 석‧박사를 거쳤으며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한 바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서적을 출판했으며, 금융정책 경험이 많은 금융전문 법학자로 통한다. 

    금감원과 금융권에서는 이 교수가 금감원장이 될 경우 중징계 일변도였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그가 과거에 했던 언론 인터뷰와 기고글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증선위의 권한을 확대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증선위는 금감원 상위기관인 금융위의 산하 기구로 자본시장과 기업 회계 등을 관리·감독하는 독립위원회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금감원의 역할과 이해상충적인 면이 있다. 증선위와 금감원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키코(KIKO·환율 파생상품) 분쟁조정 등 여러 사안을 놓고 충돌을 벌여왔다.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교수가 금감원 조직과 결이 달라 금감원 정체성에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 교수는 과거 언론을 통해 금감원이 금융감독을 하는 행정행위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증선위 사무처 설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금융위 친화적인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금융업 경력이 많은 학자 출신으로 평가된다.

    1964년생으로 성동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학원 경제학 석사 등을 거친 뒤 생명보험협회 보험경제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장기신용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 신한BNP파리바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등을 지냈다. 

    2006년 학계로 발을 옮긴 이후 2010년에는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냈다.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 퇴임 때까지 2년 7개월 간 금감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을 지내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국대사와 김상조 전 실장 등과 친분이 깊고, 현 정부와도 관계가 긴밀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융사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 교수가 그동안 금융권을 상대로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만큼 금감원장이 되면 금융권 상대 강경정책 기조가 지속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 부원장 재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금감원장의 특별사법경찰 직접 지명 등에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원승연 부원장 재임 당시 유임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금융사 임원은 “원 교수는 윤석헌 전 원장과 같이 강성정책 기조라 금융사에 대한 각종 규제나 제재 수위가 강해질 가능성이 커 금융사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며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징계하는 등 판매사(증권사, 은행)들에게만 사모펀드 책임을 떠넘겼다는 점에서도 금융사들의 평가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조만간 발표될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결과가 원 교수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옵티머스펀드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 검사·감독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부실에 따른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금감원이 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감사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일선 직원부터 임원진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 교수가 당시 관련 검사를 총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을 질타하는 기류가 강해 원 교수가 금감원장에 오르면 관련 책임론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노조에서도 학계 출신 두 후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오창화 위원장은 “과거 교수 출신 원장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본인의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그 반작용이 모두 직원들의 피해로 돌아왔다”며 “교수 출신이라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는 학계 출신 성향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을 책임감있게 이끌면서 금감원 업무·운영·관리에 대한 지도·감독과 예산 승인권 등을 가진 금융위와 악화된 관계를 풀고 나갈 행정 역량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인물을 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