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계약 취소 현실화 … 공장 가동률 급락폴란드 공장 직격탄 … 전기차 100만대 분량 증발전기차 속도 조절에 추가 계약 취소 가능성도 '솔솔'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포드와 체결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되면서 배터리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략을 잇따라 수정하면서 대규모 계약 취소 사례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포드와 체결한 배터리 공급 계약 2건 가운데, 2027년부터 6년간 총 75GWh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최근 취소됐다. 해당 계약 규모는 약 9조603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최근 연 매출의 약 28.5%에 달한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2026년부터 5년간 34GWh ▲2027년부터 6년간 75GWh 등 총 109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해지된 것은 이 중 규모가 큰 75GWh 계약건이다. 이 두 건의 수주 모두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해지된 물량을 전기차 약 100만대 분량으로 추산한다. 해당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 밴인 ‘E-트랜짓’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포드가 최근 고가 전기차 중심 전략을 철회하면서 계약 취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도 취소했다. E-트랜짓 역시 5만달러(약 7000만원) 이상 고가 전기차 플랫폼에 속한다.

    계약 해지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6년간 9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사라지면서 연평균 약 1조6000억원의 매출 공백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영업이익률을 5%로 가정할 경우 연간 약 8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유럽 공장 가동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CAPA)이 약 80GWh 수준이지만, 현재 가동률은 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해지된 75GWh 물량은 연간 기준으로 공장 캐파의 약 16.7%에 해당한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공장 가동률 정상화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해당 물량을 즉각 대체할 신규 수주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해 7월부터 추가 프로젝트 수주로 연평균 공급 규모를 합산할 경우 총 35.9GWh(기존 생산능력 대비 45%) 달성했으나 이번 계약 해지로 23.4GWh(29% 수준)로 하향돼,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 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특성상 가동률이 10%만 하락해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만큼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은 포드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위약금 등을 포함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 계약에는 통상 최소 구매 물량이 설정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완성차 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9월 전기차 세액공제 지원을 폐지했고, 유럽연합(EU)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규정을 사실상 철회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맞물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저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을 늘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배터리 계약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될지 우려스럽다”며 “이번 포드 사례를 계기로 배터리 업계 전반에 추가적인 계약 조정이나 취소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