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에 인력 대거 감축, 5대은행 하반기 점포 100개 폐쇄정부는 호실적 이유로 금융권에 '채용청구'…고용충돌 본격화신입공채 '가뭄', 올 연말 은행 정기 희망퇴직 대상 확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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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은행들이 인력과 점포는 급격히 몸집을 줄이고 있다. 비대면 활성화 등 디지털화(化)가 가속화 한 영향인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호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향해 신규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들은 올 하반기에 100여개의 점포를 축소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하반기 40개를 없애기로 해 가장 많이 줄일 예정이며, 국민은행은 30개, 우리은행도 17개를 없앨 계획이다. 

    지점 축소에 인력 구조조정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5대 은행을 떠난 임직원은 총 262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 감소 폭(1480명)의 약 2배에 달한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도 날로 낮아지면서 3040세대 등 비교적 젊은 직원들도 회사를 떠났다. 

    대규모 공채 등 채용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에 5대 시중은행 중 대규모 공채를 시행한 곳은 농협은행(340여명) 뿐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IT 분야에 한해 소규모 공채 위주로 채용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채용 일정·규모는 물론이고 채용을 할지도 '미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을 향해 '청년 채용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핀테크, IT 기술의 발달로 금융산업 저변이 확대되는 만큼 일자리 증가 요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6조1865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593억원) 대비 27.3%나 늘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금융의 디지털화로 은행 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동하고 영업점이 급속히 감소 추세인 탓에 과거와 같이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로 은행들은 IT(정보기술) 개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선호해 신규 채용인원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 책임 요구를 쉽게 접을 기조가 아니라 정부와 금융권 간 고용충돌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올해 연말 은행들의 정기 희망퇴직은 대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연말 1967년생 등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크게 늘었고, 점포축소와 비용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 수년간 희망퇴직 인원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