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 선심성 공약 넘쳐나…年50조~60조 더 지출해야국가부채비율 4년뒤 OECD 17개 非기축통화국중 3위'문재인케어' 등으로 보험료 부담↑…고용보험은 고갈전문가 "지출구조조정 한계…부가·에너지세 우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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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씀씀이가 커지면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재정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돼 증세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608조원에 달하는 슈퍼 본예산은 63%가 차기 정부 출범 한달 남짓 만에 소진될 예정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은 물론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넘쳐나고 있어 사실상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7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어려움에 부닥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해 "신용 대사면을 통해 빚진 부분을 국가가 인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제도를 도입해 인건비, 임대료 등도 소급해 전부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추경 아니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50조원 이상의 보상대책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민주당은 증액을 두고 진통을 겪는 꽃샘 추경과 관련해 2차 추경을 전제로 정부안을 단독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17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도 추경을 조기에 처리해달라는 말을 당에 드리고자 한다"며 "부족한 건 (이 후보) 당선 이후 2차 추경이나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추경 증액 요구에 난색을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여·야·정 추경안 협상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규모가 2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사실 1월 추경도 전례가 없다"면서 "(추경은) 물가, 국채시장, 금융시장 변동성 그리고 국가신용등급까지 우리 경제의 여러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라고 대규모 증액에 반대했다.정부는 이번 추경에 지난해 더 걷힌 초과세수를 이용한다고 밝혔지만, 국가회계 결산이 오는 4월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당장은 나랏빚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정부안 14조원의 80%인 11조3000억원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 나랏빚 규모는 1074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가며 증가 속도가 가파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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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내놓은 2020~202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비(非)기축통화국의 재정건전성 전망 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20년 47.9%에서 차기 정부 말미인 2026년 66.7%로 18.8%p나 오를 전망이다. 이는 17개 비기축통화국 중 최고 증가폭이다. 비기축통화국은 국제 결제에서 인정되는 달러·유로·엔화 등 기축통화를 법정 통화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를 말한다.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순위는 2020년 17개 비기축통화국 중 9위에서 2026년 3위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재정 지출 수준이 2026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소위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29일 발표한 '2020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총진료비 규모는 102조8000억원으로 이 중 67조1000억원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했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 201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다. 보험료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갔다. 보험료 수입은 2017년 49조5138억원에서 2020년 63조4901억원으로 3년간 28.2% 급증했다. 건강보험료는 박근혜 정부 때 최대 인상 폭이 1.7%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배 수준으로 커졌다.씀씀이가 커지면서 나라살림은 적자투성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16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2017년 24조원, 2018년 31조2000억원으로 3년간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씀씀이가 커지면서 2019년 적자(-12조원)로 돌아선 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71조2000억원까지 낙폭이 커졌다. 올해는 본예산에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54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으로 10조원 이상의 두 자릿수 적자를 내는 것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차기 정부는 막막하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지원 등을 위해 상반기 중 63%의 예산을 조기집행할 방침이다. 올해 608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이 차기 정부 출범 한달 남짓 만에 소진되는 셈이다. 사실상 대규모 2차 추경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조세전문가인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재정운영에 대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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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선 차기 정부에서 증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력 감소 등의 사회구조적 변화로 지출은 계속 커지는 데 지출구조조정이나 비과세 감면 등의 방법으로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고령화 등으로 복지지출 수요가 빠르게 늘게 되는데 이를 부담하려면 지출구조조정으론 부족하다"며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증세 논의를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때도 증세론에 불을 댕긴 적 있다. 정 실장은 당시에도 "지출을 줄이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세종대 이태환 경제학과 교수도 "사람들은 '중(中)부담 중복지' 사회로 가고싶어 하고, 여야 선거캠프에서도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논의가) 불충분하다"며 "지출구조조정을 말하는데 계산을 덜 한 듯하다. 이미 건강보험이나 실업보험 등 연금은 재정상황이 안 좋다. 돈 들어갈 데가 많으니 증세 논의를 하는 게 정직한 것이고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최광 전 장관은 "세금을 낮출 부분은 낮추고 증세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세제를 정상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부분을) 논리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이어 "조세부담률이 다른 선진국은 25% 수준인 데 비해 우리는 20% 이하"라며 "논리적이고 일관적인 세제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고 상위소득자와 법인 등에 대해 핀셋 증세했으나 재정상 큰 도움은 안 됐다"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데 일반증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 교수는 "현재 여야 대선후보 공약을 보면 연간 50조~60조원을 추가로 써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경우 기본소득을 말하는데 (나라살림은) 성남시나 경기도 수준이 아니어서 찍어누르기식 지출구조조정으론 불가능하고 저항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세 아니면 적자국채 발행밖에 답이 없다. 10년 계획을 세우고 보편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1977년 도입한 부가가치세의 경우 당시 반발로 10%로 정했던 게 고착됐다. OECD 평균은 19%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는 간접세가 나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세원이 넓고 탄력 적용이 가능한 데다 경제적인 왜곡도 적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부가세 다음으로는 교통환경에너지세를 증액 세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