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내달 15일 총파업 예고, 금속노조는 산별투쟁 준비노봉법 후폭풍, 한달간 하청노조 1011곳 원청 교섭 요구車·조선·철강 공급망 차질, 투자 매력도 저하 우려
  • ▲ 지난 5월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민주노총 산별노조 및 지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5월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민주노총 산별노조 및 지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올 여름 노동계의 투쟁이 예년과 다른 무게로 산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교섭 요구가 본격화된데 이어 삼성전자 발 이익투쟁도 확산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전환 투자가 시급한 시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투자 매력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산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7월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원청교섭 쟁취를 핵심 의제로 내걸고 산별 투쟁을 준비 중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교섭 요구가 확산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하청노조 1011곳이 원청 372개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조합원 수는 약 14만6000명으로 전체 노조 조합원 수의 5% 에 달한다. 

    올해 하투는 예년과 달리 갈등 전선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노사 갈등 이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이익배분 투쟁이 주요 기업과 다른 제조업 교섭에도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아울러 AI 도입과 자동화 확대에 따른 정년 연장, 고용안정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의제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점도 현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계약 외 사용자에게 특정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의무를 인정하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모든 하청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이 퍼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처럼 원청과 협력업체 구조가 복잡한 업종은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 의무 이행이 노조법상 원청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확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청이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한 사실이 교섭의무를 지는 징표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기업은 안전관리와 노무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사용자성 판단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오가며 현장 혼선도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사업장마다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엇갈리면서 교섭 기준이 아직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건설 하청노조 사건에서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반면 현대제철·한화오션 등 제조업 사건에서는 노조가 불인정 판단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사례도 나왔다. 중노위 판단 이후에도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종 결론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올해 하투를 맞게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계약 외 사용자에게도 일정한 요건 아래 교섭의무를 인정하는 예외 규정인데, 현장에서는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넓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며 “안전관리 책임을 다한 사실까지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로 연결할 경우 기업들은 교섭 의무의 경계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4월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4월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표적인 시험대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 38개 계열사 노조는 오는 4일 첫 회의를 열고 공동투쟁 방안을 논의한다. 전체 조합원 규모는 8만7452명 수준으로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이 포함된다. 자동차 생산은 부품과 소재가 정해진 순서대로 투입되는 연속 공정이다.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 물류를 담당하던 주요 계열사의 공동투쟁이 현실화될 경우 특정 차종 생산 조정이나 라인스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업은 하투가 납기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선박 건조는 블록 제작, 탑재, 도장, 시운전, 인도가 순차적으로 맞물리는 공정이다. 최근 조선사들은 수주잔고 증가로 도크 가동률을 높여온 만큼 후속 건조 일정과 인도 계획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도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을 공급하는 중간재 산업이기 때문에 노사갈등이 길어지면 완성차와 조선사 등 고객사의 조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는 “연속 공정이 있는 완성차 제조에서는 하청노조나 일부 사업장의 파업도 원청 생산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부품 조달이 막히면 생산 병목이 생기고, 대기업들도 이런 공급망 리스크를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제는 자동차·조선·철강이 모두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효율을 높이고 미래 기술과 친환경 설비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를 빼앗길 수 있는 국면이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고, 미국과 유럽은 관세 장벽을 통해 자국 중심의 산업 질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자는 요구가 늘어나면 기업의 국내 투자 판단은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공정 성과로 공유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요구가 명확한 생산성 개선 방안 없이 비용 증가로만 이어지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제 평가에서도 노사관계는 한국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2025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는 조사 대상 69개국 중 27위였다. 그러나 노동시장 순위는 53위에 그쳤다. IMD가 2025년 2~5월 전 세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의 매력 요소를 조사한 결과 ‘높은 교육 수준’은 82.9%로 1위였지만 ‘효과적인 노사관계’는 5.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제조업 투자는 한 번 결정하면 회수 기간이 길고 생산 차질이 고객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생산 안정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노무 리스크가 반복되면 기업은 국내 증설이나 연구개발 거점 투자를 검토할 때 비용뿐 아니라 예측 가능성까지 다시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