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세율 50%, 최대주주주 할증까지 60% 삼성전자 상속세 재원 마련에 주식 처분…주가 하락 인수위, 상속세율 인하 나중에…가업상속공제 요건 손볼 듯
  • ▲ 삼성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상속세제도를 전향적으로 개편할지 주목된다. 

    12일 재계와 인수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까지 더해져 최대 60%를 적용받는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이 적용받는 가업상속공제의 경우는 요건이 까다로워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파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와 최대주주 할증폐지 등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정부도 이에대한 문제점을 인식해왔지만 부자감세라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최대주주 할증과세 30%를 20%로 인하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친기업 노선인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되자마자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달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25%로 인하하고 OECD 국가중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안과 가업상속공제 대상 대기업 확대 및 요건 완화와 나아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기연)도 상속세 인하를 골자로 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상속세 부담, 얼마나 과도하길래?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최고세율이 50%라는데 동의하지 못한다. 최대주주인 경우에는 20%의 할증과세가 붙는데 이 경우에는 최고세율이 60%로 껑충 뛰어버린다. 

    과거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그들만의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는다는 재계의 아우성에도 여론의 힘을 받지 못했다. 국세 통계에 따르면 피상속인은 귀속연도 2020년 1만181명, 2019년 8357명, 2018년 8002명 등 매우 적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타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가가 내야할 상속세는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였는데 과도한 세부담에 총수일가가 가진 지분까지 처분해 세금을 마련해야하는 불합리함이 국민들의 눈을 뜨게 됐다. 

    최근에는 홍라희 전리움미술관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1조3720억원 규모)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쳐 "상속세 부담에 개미들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나마 지분을 처분해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삼성가는 다행일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회사를 처분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손톱깎이로 유명한 쓰리세븐의 경우 2008년 150억원의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오너일가가 지분을 전량매각했다. 콘돔으로 유명한 유니더스도 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의 경우는 막대한 상속세를 우려해 창업주가 생전에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물론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하면 해당기업은 상속세를 다소간 줄일수 있다. 문제는 이 제도의 혜택을 보려면 지켜야하는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상속인이 상속개시일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사후 7년간 상속인의 지분이 줄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가업용자산의 20%이상은 처분치 않고 업종변경도 하지 않아야 한다. 정규직 근로자수도 줄어들면 안된다. 이런 요건을 7년간 모두 지켜야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깎을 수 있다. 게다가 상속개시일 직전 과세연도말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에 의한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4000억원미만 중견기업만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하나 시대가 급변하고 업종간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요건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대상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제로 한 욕실자재업체는 절수형 양변기로 신사업 진출을 꾀하다가 업종코드가 달라져 이를 포기했다. 한 조명기기업체도 코로나19로 인테리어 수요가 늘자 시공매출 증가로 업종이 제조업에서 건설업으로 변경되며 가업상속공제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인수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속세율 조정은 일단 놔둔채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고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을 폐지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9년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개정안을 내놓았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도 기대감을 키운다. 추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들의 족쇄를 풀겠다"며 법인세와 상속세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새정부가 출범해도) 상속세율 인하는 법을 개정해야하는 문제라 힘들것 같지만 상속세율 인하 요구를 할수 있는 분위기라도 된것은 바람직하다"며 "최대주주 할증과세나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정도는 새정부에서 받아들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추 내정자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세제도 어떻게 보면 규제이기 때문에 상속세 문제를 고려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