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적에 결국 없애기로처우 개선 기대감 사라져측근 돌려막기 인사에 "도 넘었다" 불만도
  • '금융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

    전세사기,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업무가 밀려드는 형편에 정작 '부원장보' 한자리가 줄면서  승진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조직 축소 압박에도 '자리'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실세 원장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하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중 공석인 부원장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임원인 부원장보는 분야별 업무를 진두지취하는 일선 사령관 역할이다. 현재 기획경영, 공시조사, 소비자피해예방 등 3부문 부원장보가 공석이다.

    당초 중소서민금융 부문과 금융투자 부문이 비어있었지만, 비워두기 어려운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다른 부문 부원장보들을 옮겨 배치했다.

    빈 자리는 3곳인데 임명할 수 있는 건 2곳 뿐이다. 감사원이 지난 4월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15명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임원급을 16명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20년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만들며 부원장보 자리를 만든 게 화근이 됐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를 설득해 관련 규정을 고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내달 인사 단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감사원 지적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세 원장이 오면서 그동안 불만을 갖던 직원들이 기대감을 가졌던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업무는 많아지고 처우는 개선되지 않아 실망을 표출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금감원 정규직 평균 연봉으로 1억1000만원 수준으로 국내 금융사 중간 수준에 그친다. 적지 않은 급여로 볼 수도 있지만, 2012년 평균연봉이 919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1% 안팎의 상승률에 그친다. 10년 전만해도 시중은행은 물론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보다 평균연봉에서 앞서 고액 연봉의 대명사로 불렸다.

    이 원장 취임 후 대규모 수시인사가 수차례 단행된 것도 직원들의 피로감을 높였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인사를 통해 부서장 대부분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사에 공정성을 요구하는 뒷말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새정부 출범과 '금융=공공재' 기조가 자리잡으면서 업무가 불어났고 필요할 때마다 회전문 인사가 반복된다는 인식을 있다"고 했다.

    직원 사기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30여명이 은행과 보험, 가상자산업계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당장 부족한 인력 보강을 위해 공채 외에도 경력직 수시채용까지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처우"라며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직원 처우가 예전 같지 않은 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