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부서 '과잉 병상' 비판론 확산 건보재정 악화 원인… 지역 필수의료 공백우봉식 소장 "초고도 병상 줄이고 회복기 확대" 복지부, 병상수급 기본시책 발표 예정
  • ▲ 우리나라와 일본의 병상 형태에 따른 진료비 비중 차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 우리나라와 일본의 병상 형태에 따른 진료비 비중 차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불필요한 '병상 과잉'으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 필수의료 부재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상총량제'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7일 의료계 주요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의사 수 확대에 정책에 앞서 지역별로 과잉된 병상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정부 역시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곧 병상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대학병원 9곳이 수도권에 분원 11곳 설립을 추진 중으로 이대로면 오는 2028년 6000병상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수도권 쏠림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더 극심한 의료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최근 발표된 'OECD 보건통계 2023'에서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7개로 가장 많았다. OECD 평균(4.3개)의 3배 수준이며 특히 초고도급성기 대응 병상의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수도권 분원 설립으로 연간 2.4조의 요양급여비가 발생해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된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 대신 병상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고령화 선배' 국가인 일본의 경우는 초고도급성기(국내기준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급)의 비중을 10%대로 줄이고 진료비 비중 역시 20% 아래로 조정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고도급성기 비중이 20%을 넘겼고 진료비 비중이 43%에 달하는 상황이다. 즉 700병상 이상의 큰 규모의 병원이 지역의료를 흡수하는 기형적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우 소장은 "일본엔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회복기' 기능을 살린 병상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동네에 있는 100~200병상 사이 병원급의 역량을 늘려야만 초고령화를 대비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병상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병상자원 관리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축사를 통해 "과잉공급된 병상은 낮은 병상이용률과 긴 재원일수 등 비효율적 운영으로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원인인데도 다수의 대형병원이 수도권 분원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체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병상자원의 적정관리를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의 분원 설립 비판론과 OECD 병상 수 통계 등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복지부는 오는 7일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적정 병상 유지를 위한 관리기준, 지역별 병상 관리 등 내용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