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료용 요소 수출중지에 국내 파장… 일부선 사재기 조짐도政 "문제 없다" 거듭 진화… 차량용 재고 70일분·2.5개월분 수입계약코트라 "중국 내 요소 가격 보합세, 현지 요소기업 생산량도 회복세"中원료 의존도 여전히 높아… 마그네슘잉곳 100% 육박·리튬 82% 등
  •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직원이 남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직원이 남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의 비료용 요소 수출 중지 조치에 국내에선 제2의 요소수 품절 사태에 대한 우려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상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관련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며 거듭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탈중국' 기치에도 여전히 중국에 대한 원료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단시간 내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국내 취약한 공급망 사정이 언제든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국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 수출 중단 명령을 내렸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내에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앞선 2021년 10월 중국 정부가 요소를 포함한 화학비료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요소수는 품귀 현상을 빚어 애초 10리터(ℓ)당 1만 원 수준이던 가격이 10배쯤 치솟았다.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판매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요소수 대란의 재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즉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충분한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고 이달 중 추가 수입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진화에도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주 이후부터 요소수 관련주들의 주가가 수직 상승하고, 주유소 곳곳에는 '요소수 품절' 문구가 다시 붙기 시작했다. 온·오프라인 일부에서는 사재기 조짐마저 감지된다.

    국내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는 배경에는 우리 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이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처럼 중국의 공급량 조절은 우리 경제에 큰 파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불거진 전 세계적 공급망 대란에 우리나라도 여러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대(對)중국 원료 의존도는 2021년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우리 제조업의 핵심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90~100%에 육박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전구체의 경우 중국 의존도는 97%, 리튬은 82%에 달한다. 자동차 차체·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하는 마그네슘잉곳(주괴)의 중국 의존도는 2년여째 100%에 육박한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3대 희소가스(크립톤·네온·크세논)의 중국 의존도는 2021년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 ▲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차량용 요소 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차량용 요소 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요소수에 대한 국내 불안이 사재기 등의 더 큰 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본격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차랑용 요소 수입·유통업체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과 함께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요소수에 대한 공급망을 전면 점검했다.

    이날 수입업계는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차량용 요소 재고가 70일분 확보돼 있고, 2.5개월분에 해당하는 수입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어 오는 11월까지 차례로 수입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외신 보도된 7일 이후에도 중국 생산업체는 우리 기업과 정상적으로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동남아·중동 등 수입 대체처도 이미 확보돼 있고, 유사시에 대비해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코트라는 중국 내 요소 거래 가격이 보합세에 있고, 현지 요소기업의 생산량도 회복돼 가는 등 추가 수출 축소의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고 현지 동향을 전했다. 유통업계는 일부 품귀 현상을 언급하며 제조업계와 협력해 유통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요소 수급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생산·유통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다시 한번 요소수 파장에 대한 국내 불안을 일축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 비료용 요소의 수입처는 카타르(41.1%), 중국(17.4%), 베트남(13.4%) 등으로 2021년 대비 다변화해 더욱 위험도가 낮다고 강조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축소는 비료용 수출물량으로,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 조치가 아님을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확인했다"며 "2년 전과는 달리 적정 재고를 유지하고 있고, 대응체계도 갖춰져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