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배럴당 76달러…원유가격 70달러선 '붕괴' 산유국 균형재정유가 80~90달러…발주지연 '불가피'중동정세 안갯속…中·引 저가공세·중동의존도 '발목'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가하락 여파로 중동국가 사업발주 및 계약체결이 지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목표인 '해외건설 수주 350억달러'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시스템 통계결과 11월 기준 국내건설사 해외수주 계약액은 277억달러로 전년동기(267억달러)대비 10억달러 증가했다.

    외관상 계약액은 소폭 늘었지만 올해 전방위적인 '원팀코리아' 활동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악재까지 겹치면서 해외수주 350억달러 달성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일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76.63달러로 올랐다가 12일 기준 다시 76.23달러로 내려앉았다. 같은날 기준 원재료인 원유(서부텍스산원유, WTI) 가격도 68.61달러로 전일대비 2.71달러 급락했다.

    유가하락 원인으로는 미국 원유생산량 증가와 글로벌경기 둔화, 최대 수입국인 중국경기 침체 등이 지목된다.

    특히 유가하락은 산유국인 중동국가 프로젝트 발주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산유국 재정이 적자전환되지 않는 수준의 원유가격을 의미하는 '균형재정유가(Fiscal breakeven oil prices)' 경우 사우디와 이라크가 80달러, 바레인·알제리는 9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즉 유가가 70달러대까지 떨어진 현시점에선 사우디 등 중동국가 재원마련과 사업발주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정세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내기업 새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은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은 아직 업무협약(MOU) 체결단계에 머물러 있어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사우디아리비아 '네옴'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면서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를 전년대비 50억달러가량 올렸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현재 MOU 단계인 프로젝트들이 계약되면 35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국제유가 하락, 중국·인도 건설사 저가공세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 해외수주가 몰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를 것 같다"며 "특히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인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이 사업발주나 계약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 이라크 석유 시추 시설. ⓒ연합뉴스
    ▲ 이라크 석유 시추 시설. ⓒ연합뉴스
    그룹사 발주와 중동에만 의존한 수주방식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기준 올해 국가별 수주액은 미국이 92억달러로 가장 많고 사우디아라비아가 65억달러로 2위를 기록중이다. 양국 수주액을 합치면 올해 전체 수주액의 56.6%를 차지한다.

    미국은 삼성전자 오스틴법인이 발주한 테일러 반도체공장 추가공사, 현대차그룹 자동차공장 및 배터리합작공장 신축공사 등 그룹사 발주물량이 대부분이다. 사우다이라비아는 50억달러 규모 '아미랄 프로젝트 패키지 1·4' 수주 등에 힘입어 계약액이 지난해 35억달러에서 올해 65억달러로 86.2% 급증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그룹사 물량 경우 수주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편중된 실적은 유가하락 등 외부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며 "해외사업도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해외실적을 끌어올리려면 수주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해외수주 톱3인 △삼성물산(58억달러) △현대건설(57억달러) △현대엔지니어링(51억달러) 수주액 비중은 전체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경우 1~3위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 수주액 비중은 전체 40%에 그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할 주택사업 부진 탓에 대형사들도 해외시장에 공을 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주 양극화가 고착화할 경우 건설업계 전반의 기술력과 수주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