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업체 중 SPC 등 6곳 시제품 개발 통해 소비자 대상 출시풀무원·삼양식품·농심 등 "연구 마쳤으나 출시일은 미정"밀가루 대체재로서 특성, 원가 부담, 원료 부족 등이 출시 어려움 배경
  • ▲ 미각제빵소 가루쌀 식빵 ⓒSPC 삼립
    ▲ 미각제빵소 가루쌀 식빵 ⓒSPC 삼립
    정부가 지난 3월 본격화한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이 올해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5곳 식품업체에 총 24억원 상당을 지원하며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실제 제품 출시에 성공한 업체는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 '가루쌀 미래비전 선포식'을 통해 가루쌀 제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곳 중 출시에 성공한 업체(제품)는 ▲SPC삼립(가루쌀 米식빵·가루쌀 米휘낭시에) ▲농협경제지주(우리쌀칩) 등 6곳이다.

    당초 15개 업체는 연말까지 가루쌀로 만든 라면, 칼국수, 식빵, 과자, 튀김가루 등 시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평가 단계까지 마칠 예정이었다.

    풀무원의 경우 '고단백 가루쌀 스낵 4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제품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가루쌀 제품 관련 연구를 종료한 상황으로, 당분간 상품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글루텐프리 프리미엄 짜장라면'·'글루텐프리 프리미엄 뽀빠이 봉지과자' 개발에 나섰지만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다.

    농심은 가루쌀을 적용한 '저칼로리 비빔볶음면' 시제품 개발까지 완료한 상황이지만 구체적 출시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2024년도 가루쌀 정책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이 발표되면 확보 물량 등을 고려해 출시 일정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 11월22일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진행된 '2023 가루쌀 제품 판매 기획전' 기념행사. 왼쪽부터 김대남 꿈에영농조합법인 대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신영호 농협유통 대표이사, 전대경 미금영농조합법인 대표 ⓒ농협경제지주
    ▲ 11월22일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진행된 '2023 가루쌀 제품 판매 기획전' 기념행사. 왼쪽부터 김대남 꿈에영농조합법인 대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신영호 농협유통 대표이사, 전대경 미금영농조합법인 대표 ⓒ농협경제지주
    각 업체 가루쌀 제품 출시가 늦춰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루쌀 자체의 가공 특성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지난 10월 농식품부로부터 제공받은 ‘분질미(가루쌀)의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가루쌀은 가공적합성 평가에서 밀가루 대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루쌀로 식빵이나 단과자빵을 만들 때 팽창이 적어 가공 시 부적합하고, 밀가루를 사용했을 때와 식감이 다른 데다 노화속도가 빨라 유통기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이 가공용 쌀가루에는 없거나 적게 함유돼 제품 가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원재료비 가격 상승 부담도 밀가루보다 높은 편이다.

    가루쌀 가공식품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는 굳건하다. 2024년 추가로 식품업체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가루쌀 산업 활성화 예산을 올해 71억원의 2배 이상인 169억원으로 늘린다.

    올해 2200ha 면적에서 재배하던 가루쌀 물량을 2024년 1만ha로 늘리고, 2026년까지 4.2만ha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가에 대한 연구용역 진행을 통해 성분비나 소비자의 구매력, 업계 소비 가능 수준까지 고려해 공급가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정희 식량정책실장은 한국쌀가공식품협회지를 통해 "이미 쌀가공식품은 세계 속 K푸드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쌀가공식품 시장을 2027년까지 10조원 규모로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