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넘어 환멸의 시대 우려… 불투명한 '전공의 복귀' 3월 넘어가면 필수의료 붕괴… 환자 살릴 의사부터 구해야환자 볼모 의료대란 멈춰야… 국제기구에 보호 요청
  •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의료대란 시작 전엔 공포였고 일주일이 지나니 환멸이 느껴진다. 이 감정이 환자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복귀가 절실하다. 만약 단체로 의업을 포기한다면 정부는 당장 외국의사를 들여와 의료공백을 막아야 한다." 

    27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암환자권익협의회장 겸직)은 본보를 통해 '지금 의료현장에 남아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제하며 "의료대란으로 환자가 죽어 나가는데 오히려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매몰찬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환자를 지키고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의대교수가 '전공의를 지키는 것이 우선', '응급실 못 가는 국민이 있느냐', '암 환자는 응급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김 회장은 "제자와 후배들에게 혹시 피해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하고, 그걸 이해해달라고 하면서 환자 피해를 모른 척하는 것이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국민이 기대하던 직업윤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선배 의사들이 후배를 지키려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중증 질환자들의 울분을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버터야 하는 절실함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식도암을 앓았다. 

    그는 "오는 29일로 설정된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은 지켜줘야 환자 희생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2020년 파업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고통의 상황에 놓여 참담한 심정이므로 의사들에 대한 환멸이 멈춰지도록 전공의들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복귀해서 환자들 얼굴을 마주하고 의업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이는 전공의를 보호하겠다는 그 어떤 선배 의사보다도 더 절실한 환자의 소망"이라며 밝혔다.

    ◆ 화해 국면 없다면 붕괴… 외국의사 들여와야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간절함 바람과 달리 전향적 화해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월부터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전임의가 사라진 채 병원이 가동될 전망으로 이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의미한다. 

    김 회장은 "환자들의 하소연을 외면하고 의료공백이 심화할 상황이 된다면 정부는 즉각 그 공백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번아웃되는 현장 의료진들의 휴식을 위해서라도 의사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의사를 들여오는 방법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책적 견해차가 있다면 의료계는 파업으로 환자를 볼모로 대응할텐데 이 역시 굉장히 두려운 부분"이라며 "의사단체도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언급했듯이 외국의사 도입을 추진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외국의사가 국내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통해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살려달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지금도 환자들은 3분 진료의 틀 안에서 급한 진료만 받고 나오는 등 소통이 충분했던 구조가 아니다"라며 "외국의사라도 해도 환자를 돌보려는 자세만 갖추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중증질환연합회 차원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 의료대란을 알리고 외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는 "의료붕괴가 시작되면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중증, 응급환자들은 줄초상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망자 발생을 염두에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한 해결을 봐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입장이 필요하다면 어느 곳이든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