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공행진에 가상자산 수요 급증은행, 실명계좌 수수료 반사이익 기대하반기 가상자산법 시행…예치금 보관‧사용 명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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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유치에 소극적이던 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사태로 비이자이익 부문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가상자산 실명계좌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반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서 은행이 고객 예치금을 안전자산에 한해 운용할 수 있게 명시해 준 점도 태도 변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 보수적이었던 은행도 “실명계좌 개설‧이용 쉽게”

    8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최대 14% 빠졌다가 현재 94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6일 새벽 9700만원까지 올라 2021년 11월 이후 22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그간 보수적 태도를 취해왔던 은행권도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은행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의 계좌 오픈과 이용 편의를 쉽게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 이슈 등을 우려해 그간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게 운영했던 계좌 개설과 한도계좌 해제를 보다 쉽게 하라는 주문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원화로 구매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거래소로부터 입출금 1건당 300~1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계좌 계약을 맺은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그만큼 수수료 수익을 더 거둬들인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292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냈다. 그 해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225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곳은 케이뱅크(업비트), 카카오뱅크(코인원),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 전북은행(코팍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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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소 예치금 운용 기준 마련…"안전자산에 투자"

    거래량 증가와 함께 그간 불분명했던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구체화되고 있는 점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보관’만 해왔던 거래소 예치금을 은행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을 다른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의 보관 형태와 사용처를 새롭게 규정했다.

    법에서는 가상자산 투자금의 관리 기관을 현행과 동일하게 은행으로 한정했다. 예치금의 구체적인 사용방법도 명시했다.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예치금을 기존 자본시장 투자자예탁금처럼 국채증권이나 지방채증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운용할 수 있다.

    그간 케이뱅크를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에 손을 대지 않고 별단예금으로 관리해왔다.

    별단예금은 은행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고 이자 제공도 없다. 자금세탁 이슈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이자 지급이 유사수신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거리를 뒀던 것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거래소 자금을 보관하는 계좌를 법인계좌 등으로 변경해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들 자금세탁 이슈 때문에 가상자산에 보수적이었지만, 제도가 구체화되고 마침 시장도 호황을 보이면서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