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신 '가교 보험사' 설립해 자산·부채 이전하는 P&A로선별적 이전 가능한 데다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에 원매자 부담 덜어노조, 임금피크 등 인력효율화 합의…사모펀드行 반대 여론도 잦아들어지속 지적되는 건전성 우려 상존…3분기 K-ICS, 적정시정 기준에도 미달롯데손보 등 보험사 매물 쌓인 데다 금융지주들도 무리하지 않을 전망
  • ▲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두 차례 고배를 마신 MG손해보험의 세 번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거래 불발 사유가 됐던 문제 가운데 일부는 해소됐지만, 건전성 리스크와 보험업계 M&A(인수합병) 시장에 대한 우려 등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이번 매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MG손보의 공개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예보는 오는 12일부터 한 달간 3차 예비입찰공고를 한다. 이 기간 원매자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추후 실사 기회도 얻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회계자문사 EY한영, 법률자문사 법무법인 광장과 계약도 연장했다.

    현재 MG손보의 대주주는 JC파트너스(95.5%)지만, 2022년 금융위원회가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면서 예보가 금융위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아 공개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MG손보 매각은 지난해 1월 첫 시도에서 예비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8월 두 번째 시도에서는 사모펀드(PEF) 1곳이 응찰했으나 국가계약법상 단수입찰은 유효경쟁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돼 결국 유찰됐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여건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평이다.

    P&A 방식을 선택하면서 원매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선 매각 시도에서는 구주를 거래하는 M&A 방식과 P&A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다.

    '징검다리 보험사'를 설립해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P&A 방식의 경우 우량한 자산과 부채를 선별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만큼 원매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인수자에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도 있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보법에 따라 매각 성사 시 자금지원이 이뤄진다"며 "P&A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선에서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인수의향자에게 자산부채 인수에 대한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보와 MG손보 노동조합이 인력효율화에 합의하면서 원매자들이 느낄 부담도 줄었다. 

    MG손보는 이달부터 만 55세에서 60세 임직원의 임금을 10%씩 줄이고 향후 5년간 연봉 370%를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를 시작했다. 현재 설계사를 포함한 MG손보의 전체 임직원은 620명 정도다. 이 가운데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인력은 7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MG손보험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또 향후 인적구조 효율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MG손보 측은 "임금피크제는 노조원에게 충분한 동의를 얻은 자구안"이라며 "그만큼 매각에 대한 조직원들의 니즈가 강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같은 특정 유형의 원매자에 대한 노조의 거부감도 잦아들었다. MG손보 노조 측은 "진솔한 협의가 가능한 사모펀드라면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MG손보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우려해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했다.
  • ▲ MG손해보험. ⓒ뉴데일리경제 DB
    ▲ MG손해보험. ⓒ뉴데일리경제 DB
    ◇건전성 우려, 보험 매물 적체, 금융지주의 보수적 스탠스…"쉽지 않을 것"

    현재 MG손보의 재무건전성과 손해율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MG손보의 신지급여력제도 비율(K-ICS)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4.5%에 그치면서 금융당국의 최소 기준치인 100%를 밑돌았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금융당국의 관리 아래 있으면서도 전분기대비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것이다.

    지난해 도입된 K-ICS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때문에 매각을 위해서는 손익개선을 통한 건전성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MG손보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05억원에서 2분기 마이너스(-) 3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3분기에는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5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105%)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대를 기록하면서 손해율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보험회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MG손보 외에도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동양생명 등 보험업계 잠재 매물이 적지 않다. 매물이 적체된 만큼 부실금융기관인 MG손해보험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는 데다 MG손해보험을 인수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도 크지 않다"며 "나름대로 체질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인수 후 경영정상화에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체급이 작은 MG손보의 매각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 인수에 나설 만한 후보자들은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하는 금융지주나 일부 사모펀드로 한정돼 있다. 문제는 '큰 손' 금융지주들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우리금융그룹이나 하나금융그룹 등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가 필요하지만, 금융지주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인 M&A에 나설 경우 자본비율 등에서 발목이 잡힌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대형 금융사를 인수하면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상생금융과 충당금 적립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앞선 두 차례 매각 당시 관심을 보였던 금융지주마저 현재로선 흥미를 잃은 상태"라며 "보험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굳이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