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독자노선… 교수 아닌 'ILO' 개입 요청 각종 비대위 출범했지만 누가 대표인지 모호 '사오분열''2000명 증원' 원칙만 두고 각종 의료정책 꺼내는 정부시민·환자단체, 정책 반대 '의료파업' 이제 중단할 때
  • ▲ ⓒ서성진 기자
    ▲ ⓒ서성진 기자
    의료대란을 타개할 중재자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2000명 의대증원'을 유지한 채로 대화에 나설 의료계 대표는 없고 정부는 계속해서 수치 조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의들은 선배들의 도움이 아닌 국제노동기구(ILO)의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협상 테이블이 열려도 의대 교수가 '전공의 전원 복귀'와 같은 중재안을 낼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국민적 요구에 따른 의대증원은 이뤄지고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효율적 의료체계 가동이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19개 의대 참여) 등을 통해 의대증원 반대 및 전공의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 단체별로 정부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누가 공식적 대화의 창구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중 19곳의 의대교수가 모인 비대위가 오는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가장 주목된다. 이를 대표하는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이 중재자 역할 자처하며 각계의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고 사태 봉합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1년 유예와 협의체 구성'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가 준비했던 전날 국회 토론회도 무산됐다. 

    쟁점의 중심에 있는 전공의는 요지부동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회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며 "대정부 토론회를 제안한 적도 없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본인들을 위해 사직서를 내겠다는 교수가 아닌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대전협은 "의료법 제59조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고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하고,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해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전공의 복귀 카드를 제시하지 못한 교수 또는 의협 차원에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반적 시각이다. 오히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모두가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연일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수가 인상 등 각종 대책을 내면서 협상의 여지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복지부는 '2000명 증원'만 받으면 의료계가 원하는 모든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의료사고특례법 추진, 의료전달체계 개편, '전문의 중심' 운영방침 등은 실제 전공의가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 타협 없이 '평행선' 의료계 중재자는 성립 불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는 이미 정책 결정이 이뤄진 상황이므로 정부와 의료계를 포함 각계가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환자를 볼모로 잡은 이상 어떤 중재안도 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자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의대 교수들 역시 갈등의 당사자"라며 "2000명 증원을 두고 문제를 풀자는 의사 대표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간 의료계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파업을 진행했고 항상 정부가 이를 받아주는 형태로 사태가 종결됐었다"며 "이제는 바꿔야하고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 역시 동일한 판단이다. 생사의 영역에서 의료대란을 감수하며 버틴 상황인데 협상을 통해 증원 규모가 줄거나 미뤄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들은 떠난 전공의들과 떠나려는 교수들에게 환자를 지켜달라고 계속 호소했다"며 "정부는 의사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환자의 얘기를 정부가 듣고 어떤 방향으로 대처하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중요 수술이 밀려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각 병원별 인프라를 점검하고 최대한 빨리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의료공백을 막는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