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현대카드, 대만 등 외국시장 '노크'ABS 발행, 회사채 단기화 등 자금조달방안 '다각화'금리 차 따른 차환 부담에 경기 침체 여파 실적 부진대규모 신용사면 등 대손비용 압박 가중…자금 마련 '요원'
  •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카드사들이 외화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회사채 단기화 등 자금조달방안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리 차에 따라 차환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경기 침체로 영업성적이 부진한 데다 건전성 이슈가 끊임없이 따라붙으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3억 달러 규모의 소셜 포모사 본드(Social Formosa bond) 발행을 확정했다.

    포모사 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나 기관이 현지 통화인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의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3억 달러 이하의 소규모 발행이 가능하고 글로벌본드에 비해 서류 작업도 간편하다.

    신한카드가 대만을 택한 것은 금리에 이점이 있어서다. 해외채권의 경우 발행조건, 시기 등이 맞물려야 해서 자금조달 다각화를 위해 가능할 때마다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카드는 2021년 대만 시장에서 처음으로 포모사 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신한카드 측은 "2021년 첫 포모사 본드 발행 당시 대만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올해도 사전 투자수요 조사에서 당사 채권에 대한 수요가 풍부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외환시장을 비교해 금리 이점이 있는 대만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발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도 17년 만에 외화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 2007년 유럽 시장에서 4억 달러 규모 유로본드 발행 이후 첫 공모 외화채 도전이다. 현대카드 측은 "'BBB' 등급부터 신용투자가 가능한데, 최근 외부 신용등급이 'BBB+'로 상향 조정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4조원대 ABS 발행 지속…회사채 단기화 통한 다각화도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선택되던 ABS도 2019년 이후 꾸준히 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ABS는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장채권 및 기타 재산권 등과 같이 카드사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담보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큼 여신전문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어 안정적인 편이다. 카드사의 경우 주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다.

    실제 지난해 금리 상승과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조달비용이 급증하자 카드사들은 ABS 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ABS 발행 규모는 모두 4조6000억원으로, 전년 6조4000억원에 비해서는 줄어들었지만, 4조원대를 지속했다.

    전년대비 발행 실적이 28%가량 줄어든 것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국내 채권시장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ABS를 적극적으로 발행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다.

    A카드사 관계자는 "2022년 당시 자금조달이 어렵다 보니 그나마 발행이 쉬운 ABS에 몰렸던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조달 수단 다각화가 가능해진 지금이 정상화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하반기로 점쳐지면서 단기물 위주의 자금조달도 병행하고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하를 고려해 상반기 도래하는 카드채 만기를 기존 6개월보다는 더 길게 늘이고자 한다"며 "하반기 카드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단기물 조달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카드사들은 연초 투자금이 대거 풀리는 점을 고려해 카드채 발행을 늘려오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금융권에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카드채 발행이 더 많이 늘더라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7개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는 모두 5조9700억원으로 집계됐다.
  • ▲ 카드 결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결제. 사진=정상윤 기자
    이처럼 카드사들이 자금조달 방식 다양화에 나서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전 저금리로 조달한 장기물의 경우 최대 2%p 이상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2022년 말 발행분의 경우 표면이율이 6.119%에 육박하는 반면 지난해 발행한 카드채는 대부분 4% 초반 금리로 소화됐다.

    그러나 이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1조2500억원 중 2017~2021년 발행한 장기물(7400억원)의 경우 최소 1.435~2.516% 수준에 발행됐다.

    B카드사 관계자는 "2020년 하반기에 발행한 만기 4년짜리 카드채의 경우 표면이율이 1.435%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만기인 이달 말 차환하게 되면 그때보다 최고 2.339%p 조달비용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를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물 카드채 7400억원에 산술적으로 적용할 경우 한 해 드는 조달비용은 약 104억원에서 281억원으로 2.7배가 뛴다.

    게다가 카드사들의 부진한 영업실적과 저하된 건전성 역시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여신금융회사 잠정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IFRS 기준)은 2조5823억원으로 전년 2조6062억원 대비 0.91% 감소했다. 총수익이 3조3281억원 늘어났지만, 이자비용(+1조1231억원) 등 총비용이 3조352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모두 악화하면서다. 카드사의 지난해 연체율은 1.63%로, 전년 1.21% 대비 0.42%p 상승했다. 이는 카드채권과 할부채권, 리스채권, 기타 대출채권 등을 모두 합한 총채권 기준 연체율이다.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4%로 전년 0.85% 대비 0.29%p 올랐다. 카드채권 고정이하비율은 1.09%로 전년 0.88% 대비 0.21%p 상승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과 소비 둔화, 가계부채 누증 등 업황을 둘러싼 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익성 회복은커녕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지속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적어도 상반기는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최근 조달금리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조달 부담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과거 저금리 시기 발행했던 채권을 차환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며 "게다가 연체율이 상승해 대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여전채 외에 다양한 조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