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 7월부터 고객에 이자지급페이업계, 고객 선불충전금으로 이자이익 수백억 업계 “유사수진 문제로 고객에 지급할 방법 없어”금융사고 예방위한 신탁제도, 기업 잇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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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지금 독자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이슈를 진단하고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인 해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객이 맡겼지만 그 이자를 기업이 챙기는 돈이 있다. 핀테크업체들의 선불충전금이다.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선불충전금 규모가 크게 늘면서 이들 핀테크 업체들이 고객 돈으로 얻는 이자수익은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도 고객 돈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판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은행이 아닌 기업의 이자지급은 법으로 막혀있다. 

    ◇ 기업들도 불편한 선불충전금 이자 수익

    19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NHN페이코 등 핀테크 4사의 선불충전금 관리 현황 공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4개 사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7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선불충전금은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미사용잔액 100%가 은행에 신탁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의 경우 고객의 선불충전금 약 5300억원을 신한은행에 신탁하고 있다.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이자율은 개별계약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평균을 잡긴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연 3% 초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림잡아 연 3%를 가정해도 카카오페이가 선불충전금으로 얻는 이자수익은 160억원에 달한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선불충전금 이자수익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금액이 커질수록 고객 돈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판도 더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기업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이자를 줄 수 없는 기업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유사수신’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법인이 신탁계약자라서 이자수익을 법인이 수령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유사수신 문제로 인해 이를 사용자에게 이자로 돌려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 ‘선불’ 앞서가는 ‘가상자산’ 제도…7월부터 이자지급

    가상자산 업계의 사정도 비슷하지만,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 예치금으로 얻은 이자를 고객에게 분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선불충전금과 마찬가지로 유사수신 문제로 이자를 돌려주지 않았다.

    가상자산법에 따르면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을 맡아 국채나 지방채증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발생한 수익과 이자는 거래소가 받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 

    제도가 마련되기 전 가상자산거래소들도 고객 돈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판에 골머리를 앓았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고객 예치금으로 발생한 이자이익을 청년층 지원에 활용해 불편함 덜어냈다.

    다른 거래소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은행의 별단예금으로 고객예치금을 관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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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 제공
    ◇ ‘선불도 이자지급’ 하나은행-네이버페이 혁신 눈길

    하나은행과 네이버페이는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선불충전금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합리적 규제 개선을 위한 토대가 된다.

    지난 2022년 하나은행과 네이버페이가 제휴해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선불충전금인 ‘네이버페이 머니’를 입금해 사용하며 연 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또 선불충전금으로 결제한 금액의 최대 3.0%를 포인트로 제공한다. 

    선불충전금이 하나은행 통장에 보관되면서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게 되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금융당국도 하나은행과 네이버페이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 발급 계좌 수를 기존 50만좌에서 150만좌로 늘리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서비스의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는 핀테크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선불충전금 이자를 지급한 바 있다.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로 등장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은 사업초기 고객유치를 위해 이자 마케팅을 벌였고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유사수신에 해당해 처발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어 2020년 새로운 금융플랫폼의 규율체계를 담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통해 자금이체나 대금결제업체들의 이용자 자금에 대한 이자지급을 금지했다.

    혁신서비스가 기존 질서를 어지르자 대안을 찾기보다는 일단 막아놓고 본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용자 자금을 은행에 위탁하게 한 것은 업체들이 자금을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다만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