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상장 후 대부분 모기업 주가 급락두산·LG화학 이어 HD현대도 비슷한 흐름"모자간 중복 상장 억제 위한 인센티브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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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 '쪼개기 상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쪼개기 상장 후 모(母)기업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해 주식매수청구권·공시·상장심사 등 쪼개기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정책 도입 후 쪼개기 상장 추진 건수는 제도 정비 전년 대비 45%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 마련에도 △일부 주주 매수청구권 제한(이사회 결의 전 분할 관련 주주확정 기준일 결정) △미계획 공시에도 분할 직후 1개월 내 신설회사 매각 등의 사례가 발생하며 주주권한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쪼개기 상장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부 매각을 쉽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 부문을 분리 상장하면서 '중복 계상'(더블카운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의 효자 사업들을 따로 떼어내면서 자연스레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두산·카카오·LG화학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핵심 자회사로 상장시키면서 모회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10월 5일 주가가 97.79% 오르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모회사 ㈜두산 주가는 횡보를 거듭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2년 1월 27일 상장 직후 시총 2위에 올랐지만, 모회사 LG화학 주가는 되레 하락세를 걸었다. 카카오 주가도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31.6%,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11.7% 떨어졌다. 

    올해의 'IPO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도 쪼개기상장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 흥행이 점쳐지면서 HD현대 주가는 최근 한 달간 이미 5%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금융 당국이 5월 초 발표하는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모자 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한 일반 주주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창모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자 회사 동시 상장은 일반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며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를 만들어내는 이슈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모자 회사 중복 상장을 억제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